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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넌 카브(탄수화물)을 먹잖아.
작성자 강금주 이메일 samushil@gmail
작성일 2023-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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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에서 다이어트 하는 사람이 견뎌야 하는 가장 큰 어려움의 핵심을  
관통하는 문장은 이 한  마디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우리 말로 바꾼다면 "넌 마음대로 밥도 먹고 빵도 먹을 수 있잖아."
정도의 투정이겠죠. 

식단을 바꾸고 나니 가장 아쉬운 것은 불쑥불쑥 솟아나는 탄수화물에 대한 고픔입니다. 
"네가 김치를 참 잘 먹는구나"
같이 밥을 먹을 때마다 친구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발견한 것처럼 말합니다. 
어지간한 음식에 대해서는 '먹자 먹고싶다. 고 말하지 않는 내가
밥상 앞에 앉으면 김치를 주로 먹는 것을 보고 하는 말입니다. 

다이이트 열흘 째가 되어가니 정말 먹고 싶은 것은 쌀밥입니다. 
빵을 한 입 깊게 배어물고 싶은 욕구가 하루 종일 라떼처럼 나를 따라 다니면서 
옷을 잡아당깁니다. 

'밥 좀 먹자. 왜 빵은 안 먹는거야.  
너 THE HYUNDAE 에서 파는 맘모스 빵 좋아하잖아. 왜 요즘은 그 빵 사러 안가?" 
그 빵 사러 걸어갔다 오면 왕복 40분에 4000 걸음 정도 걸을 수 있잖아. 
그것도 운동이야. 카드만 들고 갔다 오자. " 

밥 보다 빵이라는 단어에 침이 더 쉽게 고이고 
맛있는 빵을 찾아냈을 때는 멀어도 그 가게를 찾아갑니다. 
그게 이름도 거대한 '맘모스 빵'입니다. 
"엄마 어렸을 때 이렇게 맛있는 빵을 하나 먹을 수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먹고 싶어,"
"엄마가 맛있고 좋아하면 드세요."

이름도 어마무시한 '맘모스빵'은 무게부터 에사롭지 않다. 
손에 들어올리면 느껴지는 묵짐함과 온 손바닥을 다 가리고도 남는 크기,
그것도 한 겹이 아닌 두 겹이다 
'난 겉만 맛있게 보이고 큰 것이 아니에요 
네 속 보이죠. 하얀크림은 노오란 밤톨을 안고 풍성한 탑을 쌓았어요. 
팥 앙금은 얇게 겹을 이루면서 우아함을 더해주죠. 
그 다음에는 초록색 강낭콩이 기꺼이 자신의 몸을 으깨서 천진한 모습으로 한 겹을 더하고 있어요. 
겉에 모인 파삭한 소보로 덩어리는 제가 얼마나 특별한 맛을 지녔는지 충분히 알게 하죠. 
가격은 무겁지 않아요. 속이 뻔히 비어있는 나머지 애들과 겨뤄도 난 지지 않는답니다. 
7000원이면 당신은 며칠을 행복할 수 있어요 
먹다 지치면 나를 손가락을 집어 먹기 좋게 4센티 정도 정사각형으로 잘라서 
냉동시켜 주세요. 대신에 나중에 나를 냉동에서 깨어나게 할 때는 나의 모든 겹이 다 같이 있어야 한답니다. 
한 겹이라도 벗겨지면 안되요. "

쿠팡잇츠를 둘러봐도, 
배달의 민족을 아무리 찾아봐도 
내가 먹고 싶은 빵이나 음식이 없다. 
배가 고프고 갑작스럽게 닥친 탄수화물의 흉년에도 
난 아직 배가 덜 고픈지 선택 버튼을 누르지 못한다. 

그래 배가 덜 고픈 것은 맞다.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택하다 보니 소화시간이 길어져저 
하루 종일 배 고프다는 느낌은 없다. 
시간 맞춰 먹어야 한다는 규칙에 따라 먹을 뿐이다. 

'거의 일주일을 하루도 빼지 않고 고기를 몇 점씩 먹었어.'
쉽지 않은 경험이다. 

한 시간동안 배달의 민족 정신으로 쿠팡까지 오가던 나의 선택은 
마켓 컬리에서 멈췄다. 갈릭난. 
새벽에 배달된 난 한 장을 레인지에 돌려서 
좋아하는 과일 치즈를 올려 먹고 나니 
밤새 잠들지 못하고 헤매던 몸이 5시간 동안 깊은 잠을 잤다. 
위대한 카브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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