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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다.
작성자 강금주 이메일 samushil@gmail.com
작성일 202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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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이민 온 한국 사람들이 처음 만나는 어려움은 운전이다.
호주는 한국과 운전석 반대 방향이다. 오른쪽에 운전석이 있다. 
좌회전 우회전 하는 감각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운전자 중심으로 생각하면 쉽지만 호주 운전 몇 년이 되어도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해야 할 때 
한산한 거리에서는 별 생각없이 반대 차선으로 꺾여서 마주오는 차와 대면한 경험이 몇 번 있다.
처음엔 ' 왜 저차들이 내 차선으로 마주보고 오는 거야?' 하다가 
'엄마! 엄마가 차선 변경 잘못한 거에요' 하는 아이들의 말에 정신을 차린 적이 있다. 
다행히 앞차가 있으면 그 차를 따라가면 된다. 양쪽 차선에 아무도 없을 때 
습관적으로 반대 차선으로 방향을 틀 때가 있다. 
어쨌든 시간이 가면 익숙해진다. 
한국에 오면 한국식으로 호주에 가면 호주식으로 하게 된다. 

좌우 운전석의 차이는 눈에 띄는 차이다. 
미묘한 신호의 차이가 종종 접촉 사고를 불러온다. 
T- junction 에서 차선으로 끼어들려고 할 때,
복잡한 거리에서 차선을 변경하려고 깜박이를 해도 계속해서 밀리게 될 때 
가끔 쌍라이트를 켜서 깜박거려주는 차가 있다. 
이것은 내가 양보할테니까 내 차 앞으로 끼어들라는 양보의 표시다. 
쌍라이트를 깜박거리는 호주인의 양보를 못 알아봐서 끼어들지 못한 것은 문제가 안된다. 
문제는 끼어들려고 깜박이를 켜는 차를 보고 한국에서처럼 '내 앞으로 끼어들지마' 라는 표시로 
기분이 상해서 쌍라이트를 깜박거릴 때다. 
'어디 내 앞으로 끼어들려고. 들어오지마.' 하면서 쌍라이트를 깜박거리면 
호주 사람은 끼어들라고 양보하는 줄 알고 차선을 비집고 들어오면서 접촉 사고가 난다. 
사인을 서로 다르게 해석해서 생긴 사고다. 

학교에 적응하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선생님이 불러서 꾸중할 일이 있을 때 
한국에서 이제 막 이민 온 아이들은 한국에서처럼 공손한 태도로 고개를 푸욱 숙이고 얌전하게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다. 이 얌전한 태도가 호주 선생님에게는 지극히 불손한 반항으로 받아들여진다. 
호주에서는 어른들과 이야기를 할 때는 눈을 마주보면서, 시선을 교환하면서 이야기를 해야 
당신 이야기를 잘 듣고 있다는 뜻이다. 
고개를 푸욱 숙여 시선을 피하는 것은 '선생님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라는 뜻이 된다. 
선생님의 꾸중을 들어야 할 상황에서  선생님의 말을 무시하는 태도까지 추가되는 것이다. 

멀리 있는 친구를 부르는 손짓도 한국과 다르다. 
우리는 빨리 와 하고 사람을 부를 때 손가락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위아래로 손을 흔들며 
빨리 오라고 한다. 이 손짓이 호주에서는 '오지 말고 빨리 가라'는 뜻이다. 
반대로 빨리 오라고 할 때는 우리가 개나 고양이를 부를 때처럼 손바닥은 얼굴 쪽으로 하고 손가락을 위로 향해서 
손짓을 한다. 이리 오라는 뜻이다.

이런 차이는 개와 고양이 사이에도 나타난다. 
개는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치켜들고 흔든다. 
기분이 상하고 경계 태세일 때는 꼬리를 내린다. 
고양이는 반대로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내린다. 
기분이 나쁘면 꼬리를 바짝 세운다. 

꼬리를 바짝 세운 고양이에게 개가 '어 너도 기분 좋구나'하고 
꼬리를 흔들고 다가가면 화가 난 고양이 발톱에 할퀴기 딱 좋다. 
좋다. 싫다. 사랑한다. 미워한다. 이런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는 바디 랭귀지가 
동물만 다른 것이 아니다. 
사람 사이에서도 문화가 다르면 같은 몸짓도 다르게 읽힌다. 
같은 나라 같은 가족 사이에도 많은 몸짓과 말이 다르게 읽히고 받아들여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 차이가 갈수록 깊어지고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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