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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잃어버린 지갑 그리고 추억
작성자 강금주 이메일 samushil@gmail.com
작성일 2020-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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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 15일. 
한빛이가 보스턴 부근에 있는 학교 인터뷰가 있어서 
온 가족이 미국 동부를 열흘 정도 헤매고 다니다 뉴욕을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밖엔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미국 뉴잉글랜드 지방의 겨울은 11월에 첫눈이 내리면 4월에 봄바람이 불 때까지 
줄기차게 눈이 내린다. 
남편은 운전을 하고 옆에 앉은 나는 '펄펄 눈이 옵니다.'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흰눈이 내린다.' 로 시작해서 
눈과 겨울이 들어간 모든 노래를 다 기억 속에서 끄집어 내어 불렀다. 
그러다 보니 커피 생각이 났다.  시에틀에서 시작한 스타벅스 열풍이 미국으로 막 번지기 시작할 때였다. 
커피에 대한 나의 까다로운 성질을 아는 남편과 아이들은 스타벅스를 찾기 위해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가까운 도시로 들어갔다.  North Heaven 이었다. 

커피를 마시고 다시 고속도로를 타고 뉴욕을 향해 달렸다. 
노래는 이어졌고 농담과 유머 섞인 이야기로 한 시간이 꽉 찼다. 
뉴욕으로 들어가는 톨게이트에 들어섰을 때였다. 건너편에서 톨 비를 내고 있었다. 
우리도 돈을 준비하려고 가방을 찾았다. 발 밑에 있어야 할 가방이 차 안을 다 찾아도 없었다. 
" 어떻게 해? 스타벅스에 두고 왔나 봐. "
가방 안에는 여권과 지갑 중요한 서류가 다 들어있었다. 
 
우린 커피를 마시고 한 시간이 넘게 달려왔고 밤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거기까지 돌아갔다가 
제 시간 안에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었다. 
이미 해는 기울었고 뉴욕을 벗어나는 외곽도로에는 퇴근 차량들이 빨갛게 쌓이고 있었다. 
노스헤븐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도 가방이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렇다고 여권없이 비행기를 탈 수도 없었다. 더구나 한빛이의 미국 비자는 그 날이 마지막 날이었다. 

차를 돌려 뉴욕 입구에서 노스헤븐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는 모두 조용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내 머리 속에서 그려지고 있었다. 내 가방이니 어쨌든 내 책임이었다. 

커피 숍 문을 열자 상황을 설명하기도 전에 낯선 동양인을 본 바리스타가 '이것 찾으러 왔냐?' 며 가방을 들어올렸다. 
우리가 떠나자마자 가까이 앉았던 사람이 가방을 발견하고 자기에게 갖다 줬다는 것이다. 
가방에서 없어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훤히 들여다 보이는 여권도 지갑도 서류도 다 그대로 있었다. 
미국인들의 정직함에 그리고 우리의 행운에 감사했다. 
천사가 우리를 돕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내가 딱 한 번 일어난 자리를 둘러보지 않았더니 이런 일이 생기네. 다 내 잘못이다. "
가방을 찾고 다시 뉴욕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운전을 하던 남편이 말했다. 
그때만 해도 모든 것을 다 남편이 챙기던 시절이었다. 
'한 번 앉았다 일어난 자리는 그냥 나가지 말고 꼭 뒤돌아 서서  한 번 더 살펴보라'는 남편의 말을 늘 들었지만 
뒤돌아 보고 챙기는 일도 남편의 몫이었다. 
그날은 남편이 화장실에 들렀다 왔고 우린 조금 늦게 자리를 떴었다. 
밖으로 나온 남편은 혹시나 하면서도
 '그래도 여권이랑 지갑이 든 가방인데 그걸 두고 오겠어!' 하는 마음에 차로 그냥 갔다고 했다.  

"나 다시 노래 불러도 돼?" 
철없는 아내의 질문에 어이없어 하면서도 남편은 웃으며 운전을 시작했다. 
난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이야기는 이어졌다.  
그 후로도 그곳을 지날 때면 말하곤 한다. 
" 저기서 우리 지갑이랑 여권 다 놓고 왔는데... 그땐 왜 뒤도 안 땡겼는지 몰라."

그때 화도 내지 않고 '내 잘못'이라고 했던 남편은 지금 천국에 가고 없다. 
그래서 난 그때보다 지금 물건을 잘 챙기는 편이다. 
난 알고 있는 것이다. 
이젠 뭘 잊어버렸다고 말없이 그곳에 데려가서 다시 찾아줄 내 신랑이 이땅에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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