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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테임즈강을 걸어서 건너는 방법
작성자 강금주 이메일 samushil@gmail.com
작성일 202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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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템즈 강을 걸어서 건넜어. 오늘 . 남쪽에서 북쪽으로.
여기 봐.  출발은 여기서 했는데 엄마 지금 반대편에 있어."
사진을 찍어서 보낸다. 
"와. 나도 몰랐는데 엄마는 어떻게 알았어요."
"그냥, 엄마도 강을 건너는지 모르고 걸었는데 강을 건넌거야. "

런던에 있는 동안 하루에 2만보를 목표로 맞춰두고 일주일에 5일은 걷자고 다짐했다. 
9월 중순에 엄지발가락을 다치고, 낫고 일주일 만에 새끼발가락을 다쳐서 
3개월 가까이 걷기를 멈췄다.  걷지 않으니 걸으면서 얻었던 마음의 기운이 없으니 
마음은 비실비실 기쁨을 잃고, 관심도 열정도 시들어 가는데  
생각은 몸과 같이 무거워지고  머리 속에는 검은 안개가 걷히지 않았다. 

여행이 주는 신비는 똑같은 일도 새로운 곳에서 처음인 듯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런던을  걷다가 그리니치에 갔다. 
온 세상 시간의 기준이 되는 기준점인 그리니치 천문대가 바로 걸어서 한 시간 거리의 옆동네였다. 
 세 번째 그리니치에 갔을 때 아치형으로 지붕만 있는 건물이 지하로 계단이 연결되어 있었다. 
어디로 갈까? 얼마나 깊이 내려갈까? 내려가면 뭐가 있을까? 질문을 하면서 달팽이집 모양의 계단을 돌아서 내려갔다. 
돌아오는 길에 계단을 헤아려보니 88개였다. 
약 6층 정도의 건물 높이를 내려 간 것이다. 
땅에 닿았나 싶더니 계단은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갈만한 터널로 연결되었다. 
직선으로 뻗은 터널인데 출구는 보이지 않지만 마주 오는 사람들도 몇 명 있고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사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도 있다. 

걷기 시작한다. 중간쯤 가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답답한 넓이나 높이가 아니다. 그런데 서서히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호흡이 불편해진다. 
폐쇄 공포증이 슬슬 일어난다. 
'괜찮아. 어쨌든 새로운 곳이니까 가보는거야. 다른 사람도 걷잖아.' 
호흡을 진정하며 나를 달랜다. 여긴 호흡이 막힐 정도는 아니다. 아이들도 있잖아.'
10분 남짓이었을까?  정확한 걸음수를 세지 않았다. 
터널이 주는 신비함에 취해서. 
이윽고 터널이 끝나나 싶더니 내려올 때와 똑같은 모양의 출구가 계단과 엘리베티어터로 연결된다. 
'남쪽의 엘리베이터는 고장인데 북쪽은 운행중'이라는 안내가 붙어 있었었다. 처음 내려올 때. 
계단으로 올라간다. 밖으로 나와서 보니 똑같이 생긴 건물이다. 

한참을 헤맸다. 내가 어디로 나온 것일까? 내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냥 눈에 보이는 건물에 들어가서 계단을 따라 내려갔더니 터널로 연결이 되었고 
그 터널을 건넜다가 나왔더니 똑같은 입구에 비슷한 동네다. 
처음엔 내가 다시 똑같은 자리에 와 있나 착각했다. 
터널을 통해서 내가 템즈강을 건넜다는 것을 안 것은 지하로 내려갈 때 
옆에 있었던 배가 건너편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핸드폰에 있는 지도를 펼쳐 보고 
그곳이 강 건너 다른 동네라는 것을 확인한 다음이었다. 

'엄마가 템즈강을 걸어서 건넜어. 남쪽에서 북쪽으로. 
그리니치에서 엄마가 카나리 와프 쪽으로 온거야. ' 
혼자서 신이 나서 한빛이랑 쪽지한테 전화로 도강 소식을 알렸다. 
2년 가까이 런던에서 살고 몇 달을 옆 동네에서 산 아이들도 모르고 있었던 터널을 
내가 찾아낸 것이다. 물론 구글맵에 나와 있다. 다만 필요하지 않으니 눈여겨 보지 않은 것이다. 
내가 경이에 찬 마음으로 걸었던 터널은 370미터의 그리니치 풋 터널 (Greenwich Foot Tunnel )로 
Greenwich 와 Millwall 을 오가는 터널이었다. 

템즈 강  밑으로는 20개 정도의 터널이 있다. 
그 중에서 아직도 사람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강을 건너는 터널이 바로 이 터널이었다. 
1902년에 건설되어 2차 세계 대전 때 폭격을 맞은 입구를 수리해서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템즈강을 건너는 길로 쓰고 있는 것이다. 그 터널을 걷고 나니 왜 다리가 없을까 하는 한 가지 의문이 풀렸다. 
템즈강은 런던타워브리지에서 사람이 걷거나 차가 다니는 다리가 끊기고 위로는 
더 이상 다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걸어서 건너면 10분이면 닿을  것 같은 건너다 보이는 동네를 언더그라운드 튜브를 타고 
20분 정도 걸려서 건너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런데 강 밑으로 터널을 뚫고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1843년에 템즈강 아래로 템즈 터널이 뚫어진 것이 첫 터널이었다. 

1843년을 조선 역사를 찾아보니 조선 24대 왕이었던 헌종이 다스리던 때다. 
조선을 지탱해 오던 봉건질서와 양반계급이 서서히 무너지면서
안동김씨의 세도를 막으려고 했으나 8살의 나이에 왕위에 올라 섭정에 시달리다 15살 부터 직접 다스리기 시작했던 헌종은
23살의 나이에 후사도 없이 요절하는 바람에 안동 김씨의 세도를 껶지는 못했다고 한다. 
우리 엄마는 안동김씨였다. 외할아버지의 강직했던 모습과 친정 엄마의 꺾이지 않는 자존심은 '안동김씨' 와 늘 연결이 되었다. 
 12년 전에 전해진 천주교의 박해가 서서히 진행되던 때다.  현재까지 연결되는 고리다. 
밀려오는 열강의 세력에 대응할 준비도, 변화를 배울 준비도 되어있지 않고 우리나라 밖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지 
알려고도 하지 않고 오직 우리끼리만 '나는 항상 옳기 때문에 나와 다른 넌 늘 틀리다'는 틀 속에 갇혀 싸우고 있던 역사가 
지금 데쟈뷰 되고 있다. 

한강은 넓은 곳은 넓이가 2킬로미터도 넘는 것에 비하면 템즈강은 넓이는 좁은 편이다. 
그러나 강물의 높낮이는 하루에도 4-5미터 정도 차이가 날만큼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하다.
템즈강을 따라 걸으면서 시간마다 달라지는 강물의 높낮이가 경이로웠다. 
한강에서는 여름 홍수에서나 볼 수 있는 물의 양의 변화가 하루에 한 번씩 일어났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알고 계획하고 가는 여행도 알차고 재미있다. 
그러나 낯선 곳에서 뜻하지 않게 만나는 낯선 경험도 계획한 여행 못지 않게 반짝거리는 기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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