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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기 당하기로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사람들
작성자 강금주 이메일 samushil@gmail.com
작성일 202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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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계 안에 새겨진 이름은 이전 대통령의 이름인데 모양이나 색깔은 아닌 가짜 시계'로 
프레임을 짜서 뭔가 엮어 보려고 했던 약간 머리 나쁜 사기극이 시끄럽습니다. 

인류 역사에 기록된 최초 사기극은 가족 안에서 엄마랑 짜고 아들이 아버지를 사기친 일입니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고 하더니 사기마저도 이미 누군가가 썼던 수법을 
복습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음성은 야곱의 음성인데 손은 에서의 손이로다.' 하며 야곱의 손에 털이 있으므로 이삭이 
분별하지 못하고 축복하였다고 창세기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창세기 27장 21-22)

사람의 외적인 특성 중 바꾸기 어려운 것이 바로 음성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음색입니다. 사람을 보지 않고 밖에서 들려오는 말소리만 듣고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사람이 갖는 음색의 독특함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고기로 별미를 만들어 와서 장자의 축복을 해달라고 하는 야곱의 말을 듣고 
이삭은 분명히 목소리가 야곱의 목소리임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에서라고 우기니까 가까이 오라고 해서 야곱의 손을 만져보고 옷에서 나는 땀냄새를 맡아봅니다. 
에서는 털이 많았고 야곱은 털이 없는 맨드르한 피부를 가졌습니다. 
에서는 늘 사냥을 하러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느라 옷에서 사냥꾼의 땀냄새가 났고 
야곱은 집에서 엄마를 도와주면서 놀았기 때문에 사냥꾼 냄새가 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어머니와 합심하여 아버지를 속이려고 하는 야곱의 준비성입니다. 
야곱은 에서의 옷을 입어서 냄새를 가리고, 
짐승의 털을 붙여서 자신의 맨드라미 피부를 가렸지만 음성만은 바꿀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 이삭은 눈은 어두웠지만
'분명히 음성은 야곱의 음성인데...' 하면서 의구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자기가 아끼는 큰 아들 에서에게 축복을 해주고 싶은 인간적인 욕심이 
야곱의 음성이라는 가장 중요한 단서를 무시하고, 
에서의 옷에서 나는 땀냄새와 야곱이 내민 손에서 느껴지는 털의 까칠함에 기대어 
믿고 싶은대로  에서로 믿기로 하는 '자발적인 선택'을 함으로 해서 아들과 부인에게 
사기를 당하는 수모를 겪게 됩니다. 


당시는 유튜브도 없고, 카메라도 녹음기도 없었으니 
땀냄새와 손에 느껴지는 털의 까질함 때문에 당할 수 밖에 없었다고 변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다릅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누군가 작정하고 대중을 속이려고 하면 속아넘어갔습니다. 
심증은 있되 물증이 없기 때문에 알고 속고 모르고 속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검증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사기를 치려는 사람도 연구하지만, 
정보를 검증하고 확인할 수 있는 장비와 기회, 사람들이 몇 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많아졌습니다.  
이젠 단지 정부에서 하는 말이니까, 혹은 방송에서 나온 말이니까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에서 하는 말이이,  방송에서 보도한 것이니 더욱더 검증하고 확인합니다.  

국민들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이전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짝퉁시계를 차고 나가라는 누군가의 사주에 
폼나는 금시계를 벗어두고 짝퉁시계를 찬 왼손을 휘저으며 절을 하는 제스처를 만들어내는 교주. 
그것을 정교하게 잡아서 프레임을 만들어가려는 기자가 있는가  하면,

그  어색한 손동작을 확대해서 잡아내고,
시계를 조사해서 비교하고 가려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인터넷과 유튜브가 평범한 사람들을 셜록 못지 않은 탐정으로 만들어놨습니다. 
프레임을 짜려고 했으면 좀더 정교하게 머리를 굴려야 했습니다. 
너무 많은 수를 두려다 보니 실수를 하게 되고 결국 그렇게 작은 실수들이 모이면서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권력도 실없이 무너지게 됩니다. 

누구도 사기 당하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그 사기가 돈을 손해보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발적으로 사기당하는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내가 좋아하니까. 내가 믿으니까. 귀찮아서. 그게 편하니까. '
스스로 확인했어야 할 사실을 확인하는 대신
 ' 내 편인데... 우리 사이에. 뭐 그런 것까지....' 등등의 
이유를 대며 믿기로, 묻어두기로, 보고싶은 대로 보기로, 자발적인 선택을 합니다. 

물론 사기친 사람은 결국 대가를 치뤄야 합니다. 
야곱은 자신이 받기로 약속된 축복이지만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아버지를 속인 대가로,  
20년 동안 고향을 떠나 살아야 했고, 
형과는 원수가 되었고, 20년의 세월 동안 하나님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시간을 살았습니다. 
 
되도록이면 집을 나가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사이에 거리를 두라는 말이 
생존법칙으로 제공되는 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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