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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간은 그렇게 움직인다.
작성자 강금주 이메일 samushil@gmail.com
작성일 202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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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런던으로 건너오고 며칠이 지났다. 
새로운 버릇이 하나 생겼다. 
전기 스위치를 끄고 다니면서 내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전기가 
무엇인지 자꾸 확인한다.
평생 별로 하지 않았던 일이다. 
한국은 전기요금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쌌었다. 
굳이 과거형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원자력 발전소들이 사라지면서 
전기요금 인상은 이미 피할 수 없는 현실 진행형이요 확정된 미래형이 되었기 때문이다. 

호주에서도 전기 요금은 생활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미국에서 살 때도 신경이 좀 쓰였었다. 그러나 생각의 첫머리에 올 정도는 아니었다. 
런던은 이야기가 다르다. 
'엄마 집에 들어가면 1층 화장실 옆에 작은 케비넷이 있어요.
 거기 보면 전기요금이 얼마 남았는지 알려주는 시스템이 있어요. 
돈이 10파운드 정도로 내려가면 위에 있는 키를 가지고 가게에 가셔서 
다시 충전하시면 쓸 수 있어요. 돈이 떨어지면 전기 끊겨요. '
그러니까 런던에서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집은 렌트를 놓으면서 주인이 
선불시스템으로 전기를 이용하게 해 놓았다.
일단 쓰고 나서 돈을 내면 내는 순간에만 '헉' 하고 놀라지만 그 충격이 
쓰는 순간마다 뒷목덜미를 잡지 않는다. 
그런데 pre-paid 로 충전을 하면서 쓰다 보니 날마다 전기가 돈으로 바뀌어서 
사라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 

요리하는 쿡탑도 전기이고 히터도 전기이고 하다못해 전기장판도 써야 한다. 
물을 데우는 것도 전기다. 따뜻한 물을 쓰기 위해서는 한두 시간 전에 스위치를 켜야 쓸 수 있다는데 
하루에 한 번 하는 샤워를 위해서 하루종일 온수 스위치를 켜 놓을 것인지 아니면 필요할 때 켜고 
기다릴 것인지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인지 알 수가 없다. 
'물 한 통을 날마다 다 데우는 데 들어가는 전기나 그것을 유지하는 전기나 비슷해요. 
그냥 켜 두세요' 쪽지도 확신을 가지고 하는 말은 아니다. 
다만 엄마가 '샤워할 때마다 스위치 켜고 두 시간이나 기다려야 해. 이건 너무 원시적이야. 
런던이면 뭐해. 샤워를 이렇게 원시적으로 해야 하는데....' 라고 불평할 것을 뻔히 알기 때문에 
나한테 켜 놓으라고 하는 것이다. 

어제보다 오늘은 5파운드가 줄었다. 방금 확인했다. 
그러니까 난 어제 하루를 사는 데 7500원 정도의 전기를 사용했다.  
이렇게 아껴써도 한 달이면 22만 5천원 정도를 전기에 지불해야 한다. 상당히 부담되는 액수다.  
그것도 낮엔 히터도 끄고 햇빛 있는 곳으로 고양이처럼 옮겨 다니고 
요리는 두 번 밖에 안했는데, 한 번에 십 분도 안 걸렸는데. 
물론 전기장판을 켜고 자긴 했다. 
층계에 혹은 불필요한 곳에 불이 켜져 있으면 '어머나' 하면서 황급하게 
스위치를 찾는 유치한 습관이 생겼다. 그래도 이게 전기사용을 줄이는 선택이다. 
전기사용 양이 줄어드는 것은 감이 안 오는데 미리 지불한 돈이 얼마가 사라지는가는 순간 계산되고 보인다. 
전기요금에 내가 이렇게 심하게 신경쓸 줄 나도 몰랐다. 

하긴 지난 번 집에서는 같이 살던 사람이 그날 쓴  전기량을 확인해주는 기계를 
사다가 꼽아놓았었다.
 그때는 '이 기계도 전기를 먹는데 이걸 안쓰면 세이브 되는 전기요금은 얼마일까?" 
농담을 했었다. 

인간의 도덕성이나 세계 환경문제, 후손에게 물려줄 지구, 이런 것에 호소해서 에너지 사용을 줄이자고 말하는 것은 
선불한 전기요금보다 효과가 백배는 떨어진다.  아니 그건 내가 할 일이 아니요 나 아닌 다른 사람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돈을 내고 그 돈이 내 행동과 선택에 따라서 얼마씩 사라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눈에 보이는 돈은 1000원이라도 사라지는 것이 아까운 것이 인간의 심리다. 

원자력 발전소를 해체하면서 들어간 비용을 1조니 몇 천억이니 하지 않고 각 개인의 
통장에서 국민 숫자로 나눈 액수, 예를 들면 273만 7875원씩이라도 빼갔다면 아마 우리는 하루가 안 가서 
대통령의 근거없는 감성적인 결정을 뒤집어 엎을 수 있었을 것이다. 
(1조라는 돈은 한 사람이 다 쓸려면 날마다 2739만7200원을 100년 동안 써야 없어지는 돈이다. )

'왜 멀쩡한 원자력 발전소를 멈춰 세워서 쌩돈이 나가게 하느냐. 
 5년 동안 교통정리하라고 했지 
누가 결정하라고 했느냐'고 분개하여 정의를 외치며 일어날 것이다. 
인간은 그렇게 움직인다. 
내 돈은 100 원도 손해 보기 싫어서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들지만 
그게 내 돈이 아니다 싶으면 100억이 사라져도 
관대하다.  인간의 생명 존중이니 어쩌니 하면서 남을 속이고 자신을 속인다. 

이번에 한 가지 배웠다. 
신용카드 보다는 현금카드가 돈을 훨씬 절약해서 쓰게 한다는 것을. 
가격을 깎아줘서가 아니라 당장 급하지 않는 물건에 대한 선택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이다. 
이른바 '지름신'에겐 '마늘'이나 '동쪽으로 가지를 뻗은 복숭아나무 가지' 같은 방술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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