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발행인칼럼 > 발행인칼럼
게시판
제목 10만원 짜리 단어.
작성자 강금주 이메일 samushil@gmail.com
작성일 2019-06-27
첨부파일

신기하게도 외국어가 아닌 한글인데도 처음 듣는 말이 있다. 
비록  특정분야에서는 일상어로 쓰이는 말이라도
문외한에겐 그 단어가 외국어나 마찬가지다. 

사춤을 몰라서 일어난 사달이다. 
19평짜리 30년 된 아파트를 
리모데링 해보자고 생각했다.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지는데 두 달  걸렸다. 
주위에선 다 말렸다. 
맡아서 해주겠다는 사람은 내가 생각하는 예산의 두 배를 불렀다. 
내몸 편하게 남을 시켜서 하는 일은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한 달 들어와 있는 한빛이에게 책임을 줬다. 
'알아서 고쳐 봐. 예산은 이 범위 안에서. 최소한 세 군데 이상의 업체에게 견적을 받고 
엄마한테 최종 허락을 받은 후에 결정해."

아파트 리모델링! 이게 참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이 일이 직업이 되면 머리도 몸도 어떤 순서로 일이 풀려가는 지 알고 있으니
이미 안면을 터 놓은 업체들에게 전화로 몇 가지 정보를 주고 받으며 날짜와 자재, 가격 조정만 하면 된다.

처음이 문제다. 
초짜가 전문가들이 하는 분야에 몸으로 때우면서 비용을 절약하겠다고 덤벼들 때는 
몸으로만 때우는게 아니라 시간으로 때우고, 마음 상하는 말이 오가며 머리싸움이 시작된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대개는 머리싸움에서 밀리기 마련이다. 
네이버에서 찾은 지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장에서 직접 겪어봐야 나오는 작은 지식이 깔끔한 마무리를 한다. . 
세상에 공짜로 배워지는 것은 없다. 
수학이나 영어나 과학만 돈을 주고 배우는 것이 아니다. 
살면서 만나는 모든 문제는 다 제나름의 값을 요구한다. 

견적이 좀더 싼 곳은 우선 보기엔 끌리는데  뒷감당이 무른 경우가 많다.  
'그건 견적에 안 들어갔어요' 이 말로 추가 비용을 요구한다. 
'다른 업체도 다 그렇게 해요. 한 번 알아봐요. ' 
'거기서 그렇게 말해요? 그럼 거기다 맡기세요' 
'이 일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니고 타일이 할 일이에요.'
'이 사람들은 왜 일을 이렇게 해놨대요.' 
'우린 이런 경우 처음이에요'
이런 말을 몇 번씩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다른 업체, 다른 분야의 사람에게 전화를 해도 일을 거절하거나 
일을 미루거나, 일을 처리하면서 쓰는 문장이 거의 똑같다는 것이다. 
여기서 배워야 할 포인트가 있다. 
어떻게 일을 준비하고 처리하는지. 어떻게 사람을 대할 것인지. 

리모델링을 하면서 섀시까지 할 것인가 섀시는 그대로 둔 채 인테리어만 바꿀 것이냐는 
맨 먼저 결정해야 할 일이다. 
섀시를 바꾸는 일은 리모델링에서 제일 비싸고, 번거로우면서도,  폼나는 일이지만 제일 어려운 일이다.  
일단 섀시를 바꾸는 것까지 한다면  먼저 섀시가 제대로 들어와야 다음 작업도 진행이 된다. 
섀시를 바꾼 현장에 어제 처음 가 봤다. 
창틀과 바닥 사이에 엉성하게 뚫려있는 구멍이 영 마뜩찮다. 
"저렇게 마무리 해놓고 끝낸거야?"
"내일 타일 작업하는 사람들이 마무리 한대요."  
자기가 책임지고 보름 동안 애쓴 일에 책을 잡힐까봐 아이는 얼른 말을 받는다. 

문제는 한 업체가 일을 맡지 않고, 섀시 따로, 타일 따로, 욕실 따로, 부엌 따로, 도배 따로 
모두 따로 국밥이 되다 보니
일의 한계가 분명한 것 같은데 미묘하게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다.
문제는 그 선 그어지지 않은 부분에서 생긴다. 
전문가의 눈이 없으니 그걸 찾아내는데 약하다. 
업자는 그걸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서 나중에 추가비용이란 이름표를 달고 나타난다. 
'사춤'이 대표적인 경우다. 
사춤이란 단어가 세상에 존재하는 지도 몰랐던 대가를 10만원 치뤘다. 

" 사춤: 갈라지거나 벌어진 틈. 
(건설 용어) 담이나 벽 따위의 갈라진 틈을 메우는 일 = 뒤채움
돌이나 벽돌을 쌓을 때에 그 틈서리에 시멘트나 모르타르를 채워 다지는 일 
사춤을 치다 : 담이나 벽 따위의 벌어진 틈을 진흙 따위로 메우다. " 

"사모님. 누가 섀시 했어요. 일을 이렇게 끝내노면 어떻게 타일 공사를 하라는 거래요. "
이렇게 시작되었다. 
"우린 원래 그렇게  해요. 그렇게만 해 노면 타일이 알아서 다 미장하고 붙여요."
법을 들이대고 본다면 결국 사춤이 섀시작업에 속하냐 타일 작업에 속하냐이다. 
이 한계가 계약서에 명시되어야 하는데   
문제는 견적서에 사춤이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다는 것이다. 
섀시에서는 사춤이란 작업이 미터당 2만원이라는 것을 설명하지 않았고 
견적서 맨 밑에 사춤 제외라는 단서가 있었다. 오늘 알았다. 
제외된 사춤이 무엇인지 얼마인지 묻지 않았고 총액수에만 눈이 갔었다. 

타일은 사춤이 안되었으니 일을 오늘 마무리 할 수 없고 이 상태론 진행할 수 없다고 버틴다. 
두 사람은 똑같은 말로 책임을 넘긴다. 
"그쪽에서 그렇게 말해요.? 우리가 할 일이라고" 
"네. 이쪽하고 똑같이 말씀하시네요. 그쪽에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소비자인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사춤 작업은 빠졌다고 견적서에 적혀있고 타일 작업을 한다고 해서 사춤비용을 따로 포함 안시켰는데 
타일이 못하겠다면 사춤치기를 지금이라도 사람 보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러면 추가 비용이 10만원 발생합니다. " 이 정도의 말만 듣고 싶은 것이다. 
물론 그래도 뭔가 속았다는 기분은 어쩔 수 없고 제외된 사춤을 묻지 않은 내 잘못을 피할 수 없다. 

타일 작업 하는 사람에게 내가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사춤은 원래 섀시에서 마무리 단계로 해줘야 하는 일입니다. 
이미 그쪽은 일이 끝났으니 타일 작업에 포함해서 저희들이 마무리 하는데 
추가 비용이 10만원 정도 더 발생합니다. 그렇게 일을 시간 안에 마무리 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이 정도의 말이면 이해할 수 있고 10만원을 줄 마음이 생긴다. 일은 제대로 마무리 해야 하니까. 

소비자인 내가 전문가인 사람들에게 기대했던 것을 생각해 본다. 
" 따로따로 작업을 하시니 섀시 밑에 사춤작업을 꼭 포함해서 말끔히 마무리 해달라고 하세요. 
저희는 타일만 붙이지 사춤작업은 하지 않습니다. " (타일업자가 해줬으면 좋았을 말) 

"사춤치기는 미장으로 섀시와 바닥 사이를 마무리하는  작업인데 이건 따로 계산됩니다. 그래도 마땅히 하셔야 할 작업입니다. " 
이건 내가 섀시업자가에게 기대한 말이다. 
전문가라면 우선 10만원 싼 견적보다 제대로 된 설명을 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10만원을 들여서 배운 단어는 100만원의 가치도 있을 것이다. 
집 한 채 짓고 나서 10년은 늙은 것 같다고 하신 분의 말이 떠올랐다. 
그만큼 전문지식 없이 의욕만 가지고 달려드는 일엔 대가를 지불하면서 배운다는 것이다. 

나중에 또 리모델링을 한다면 실수없이 잘 할 것같은 착각이 드는 것도  초보자가 쉽게 빠지는 함정이다. 
한두 번에 배워지는 세상일은 많지 않다. 
겪을 때마다 새롭게 배워야 할 것이 있고 치뤄야 할 대가가 있다. 








이름 비밀번호
       
게시판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공지] 십대들의 쪽지는 2019년 9월부터 다시 발행합니다. 강금주 2019-06-17 770
[공지] 2018년 십대들의 쪽지는 휴간입니다. 강금주 2018-04-23 4903
[공지] 한쪽 날개로 나는 새는 없다…(동아일보 기사중에서) (1) 발행인 2012-03-12 34480
[공지] 아이를 키우는데 공짜는 없다 [조선일보 편집자에게 2012.02.07] 발행인 2012-02-08 32040
[공지] 한 명의 아이라도 위로할 수 있다면(조선일보 기사중에서) (1) 발행인 2011-07-18 43093
[공지] 10대의 .팬픽.을 아시나요 (10) 발행인 2011-05-11 48813
[공지] 청소년들의 실패에 박수를 ( 동아일보 시론에서 ) 발행인 2009-05-11 60661
[공지] 쪽지 발행인 칼럼을 다시 시작합니다. (2) 발행인 2008-12-25 68579
2981 Back to 54 강금주 2019-09-03 233
2980 살찌기 딱 좋은 체질인 것 몰라요? 강금주 2019-09-03 266
2979 요요마의 첼로 연주보다 아름다운 웃음. 강금주 2019-09-03 247
2978 마마! 그 기쁨마저 빼앗으면 뭘 보고 거길 가겠습니까? 강금주 2019-09-03 254
2977 아이에게 꼭 화를 낼 것 같은 순간이라면 이렇게.. 강금주 2019-07-17 374
2976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강금주 2019-07-11 342
2975 10만원 짜리 단어. 강금주 2019-06-27 316
2974 게임에 진 사람이 베풀 수 있는 아량 강금주 2019-06-20 452
2973 옷 개는 방법을 배우면서 강금주 2019-06-19 320
2972 내 아이가 나를 미치게 할 때 강금주 2019-06-19 343
2971 걱정마. 마음은 책상에 앉아서 책을 넘기고 있어. 강금주 2019-06-18 403
2970 오가며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강금주 2019-06-17 465
2969 시드니 . 그 편안한 이름 강금주 2019-06-17 379
2968 왜 부모는 아이에게 화를 낼까 ? 강금주 2019-06-06 406
2967 아이의 잘못을 언제까지 얼마나 자주 반복해서 지적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강금주 2019-05-30 375
2966 괜찮아 ! 지금도 잘하고 있어. 강금주 2019-05-29 404
2965 내 마음에 숨겨진 욕망 강금주 2019-05-22 359
2964 새로운 습관 들이기 강금주 2019-04-05 740
2963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강금주 2019-02-16 887
2962 기사의 품위가 있는 사람 강금주 2019-01-24 794

Warning: Unknown(): write failed: Disk quota exceeded (122) in Unknown on line 0

Warning: Unknown(): Failed to write session data (files). Please verify that the current setting of session.save_path is correct (/home/hosting_users/teen4u/www/admin/data/session) in Unknown on line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