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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걱정마. 마음은 책상에 앉아서 책을 넘기고 있어.
작성자 강금주 이메일 samushil@gmail.com
작성일 20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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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가 자녀에게 너무 큰 기대의 말을 하면 아이는 도전을 두려워하는 아이로 크게 된다

부모에게 실패한 모습을 보이고 싶은 아이는 없다

그래서 자기가 할만한 일에만 도전하고 주저앉아 있으려고 한다.

부모를 실망시키기 싫기 때문에 실패할 만한 일엔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길만한 싸움에만 나서는 장수는 전투에서 진정 필요한 장수가 아니다. 승패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싸울 준비가 된 장수가 필요하다


로펌에서 첫 6개월의 직장생활을 시작한 쪽지가 상관으로부터 6개월 일한 평가를 받았다

늦어도 아침 8시까지는 출근해서 늦게는 새벽 2시가 넘어서 퇴근하거나 아주 빠를 때는 밤 9시 반쯤 퇴근한 날도 하루 이틀은 있었다.

6개월 동안 일주일에 하루 정도 점심을 몇 층 위에 있는 레스토랑에 올라가서 앉아서 먹고 올 수 있는 날이 있었을까

점심도 저녁도 테이크아웃으로 가져와서 책상에서 먹으면서 일을 해야 했다

화장실을 가는 순간이나 출근하는 순간에 잠깐 통화가 가능할 정도로 아이는 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직속 상관인 파트너는 더 일찍 출근하고 더 많은 일을 하면서 늘 책상에서 점심을 먹기 때문에 밑에서 일을 도와야 하는 쪽지는 더 이상을 기대할 수 없었다

"다 잘 했는데 어려운 Legal research’를 주면 며칠 씩 두고 하지 않는 것 같더라

처음엔 잊어버렸나 했는데 말을 하면 잊지는 않았는데 어려우니까 시작하지 않고 다른 일을 먼저 하면서 미뤄두는 것 같았다

Research skill은 중요하다. 어려워도 익숙하게 해내야 한다" 고 했단다


그 평가를 들은 아이는

 "난 그냥 흘러가게 뒀어요. 그게 아니어도 당장 해야 할 일은 늘 넘치니까. 어떻게 되겠지. 어떻게 되나 보자하고 그냥 둔 것 같아요. “ 

라고 말했다

"그렇게 많은 일을 하면서도 내가 미루는 일을 알아보는 것 보면 파트너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닌가 봐요.” 

아이는 다 잘했는데 자기가 미뤄두었던 그 한 가지를 콕 집어서 말한 상관을 존경한다


사람마다 어렵고 힘들다고 느끼는 일이 다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일이 진짜 어렵고 힘든가를 떠나서 본인이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하면 달라붙어서 끝장을 보기 보다는

대개는 쪽지 말처럼 "어떻게든 되겠지. 그냥 어떻게 되나 보자" 는 마음으로 미뤄둔다.

그러면서 다른 일을 열심히 한다

어려운 일을 시도했다가 안 되면 안게 될 부담이나 열심히 했는데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느낄 절망감을 피하고 싶은 것이다


법대 다닐 때 기말시험 시간표가 발표되면, 난 하루 종일 뒷마당 풀밭에 앉아 잡초를 열심히 뽑았다. 이것은 하나의 의식이었다. 

200평이 족히 넘는 정원 잔디밭엔 하루쯤은 내가 일일이 손으로 뽑을 만한 잡초들이 있었다

시험 공부를 해도 넉넉하지 않은 그 시간에 왜 나는 하루라는 시간을 내서 잡초를 뽑았을까? 시험이 끝나는 날도 아닌데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열심히 했는데도 점수가 잘 안 나올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 연막전술을 편 것이다.

" 난 공부 한 가지만 해도 되는 젊은 애들과 달라. 보살펴야 하는 아이들도 있고, 집안일도 있고, 사무실 일도 해야 하고, 

하다못해 뒷마당의 잡초까지도 시험기간엔 더 빨리 자란다니까.” 이런 핑계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온전히 시험공부에만 집중했는데도 점수가 나쁠 때 나를 구해 줄 밧줄을 만드느라 난 스스로 함정을 파고 있었던 것이다

" 시험공부를 포기한 것은 아니야. 머리로는 다 복습하고 있어. 마음도 시험공부에 있다고

다만 시간과 몸을 잡초 뽑는 일에 쓰는 것 뿐이야.  마음은 책상에 앉아서 책을 넘기고 있고 노트 정리를 하고 있단 말이야." 


이렇게 말해도 책장은 한 장도 넘어가지 않고 쌓이는 것은 뽑힌 잡초와 피곤함 이었다

그런 의식을 치루고도 난 늘 시험공부에만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핑계는 없을까 궁리했던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만큼 점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난 시험기간이면 다른 일에 자꾸 관심을 뒀지만 사실은 그랬기 때문에 

난 내가 원하는 점수를 못 얻었던 것이다

점수가 어떻게 나오든 어쨌든 상관없어. 지금부터 시험이 끝날 때까지는 무조건 공부만 할거야.

하는 각오로 달려들지 못했던 것이다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 데 갑자기 지저분한 방이 눈에 거슬린다면 일단 청소를 시작하기 전에 시험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공부하다 지치면 잠깐 5분 정도만 공부를 멈추고 방 정리를 하자. 그러면 공부도 하게 되고 방도 정리하게 된다

물론 공부에 집중해서 방이 지저분한 것을 잊어버리는 행운이 오기도 한다.

미뤄둔  해야 할 일을 무조건 시작하자

결과는 다 끝나고 나서 걱정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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