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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가며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작성자 강금주 이메일 samushil@gmail.com
작성일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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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 오면 꼭 한 번은 찾아가는 집이 있다. 
골목을 돌아서 다시 가 보고 세 번 정도 돌다가 돌아온다. 
그 집앞에서 잠깐 속도를 늦추면 현관에 있는 자동센서가 불을 켠다. 
2층 방에는 불이 켜 있는 날보다 꺼진 날이 많다. 

멀리 차를 세우고 골목을 걸어보기도 한다. 
아는 얼굴은 없다. 
그러나 골목은 익숙하다. 몇 걸음 가면 경사가 기울고 어디쯤엔 아스팔트에 구멍이 생겨서 발이 빠지기 쉽다는 것도 안다. 
그렇게 골목을 걸어서, 때론 운전해서 그 집 앞을 기웃거린다. 
가끔 벨을 누르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도 있다. 

앞마당의 나무는 키가 자라지 않았다. 철쭉은 여전히 비슷한 키로 다듬어져 키를 재고  
유칼립투스는 하염없이 껍질을 벗으며 늙어가고 있다. 

새벽이면 창문을 열고 안개 속에 숨어있는 유칼립투스 향을 맡곤 했다. 
이 집엔 누가 사는 지 모른다. 
 
내가 시드니에 올 때마다 시간을 내서 돌아와 서성이는 이 집은 바로 우리 아이들이 십대를 보낸 
한 때 우리집이었던 집이다. 7년 정도 이 집에서 살았고 미국으로 가면서  팔았다. 
소유했던 시간의 두 배가 지났다. 그 집을 판 지가. 
그런데도 내 마음엔 그 집이 우리집으로 남아있다. 
그 후에 여러 나라 여러 도시를 이사다녔고 시드니에서만도 몇 채의 다른 집을 사고 팔았다. 
다른 집은 이사하는 날로 남의 집이 되는데 이 집만은 우리집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시드니에 있을 때 기분이 울적하면 울적한 대로, 기분이 좋으면 좋은 대로 그 집앞을 지나간다. 
이번에 시드니에 온 첫날 오후에 차에 기름을 넣고 세차를 하고 그 집 앞을 세 번 돌고 왔다. 

미래의 어느 날 다시 그 집에 가서 살게 될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한다. 
가서 살고 싶지만 이미 그 집에서 행복했던 아이들은 자라서 호주를 떠났고 
남편은  이 땅을 떠났으니 나 홀로 그 집에 산다는 생각 자체가 무척 외로운 상상이다. 
그런데 한빛이도 시드니에서 기분이 울적하면 그 집으로 운전을 해 간다. 

우리가 그 집앞을 찾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그 집 앞을 서성이며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 
그 집에 살 때는아빠가 있었고 
 "아빠 힘들어. 아빠 보고 싶어. 언제 와" 하고 전화만 하면 
다음 날이라도 바로 날아왔던 아빠를 그리워하는 것일까. 
인천 공항에 내렸다고 신랑이 전화를 하면 난 언제나 '아빠 언제 와?' 하고 묻곤 했다. 

그러면 남편은 돌아가서 가방을 열어놓고 다시 호주에 가져갈 물건을 하나하나 채우며 호주에 갈 날을 기다리곤 했다. 
서울에 도착하고 사흘 만에 다시 시드니로 돌아온 적도 있다
" 아빠 힘들어. 오면 안돼?' 하는 내 말을 차마 모른 척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난 그렇게 철없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았는데 그런 신랑이 가고 십 년이 넘었다. 
같이 살 때 신랑이 너무 잘 해줘서, 너무 내가 하고 싶은 것 다 해줘서 
일찍 간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내가 벌 받는 것 아닌가 가끔 생각한다.  

"김형모 전도사님은 여전히 잘 계시죠?" 시드니에 와서 지인에게 전화를 했더니 무심히 묻는다. 
본인도 아차 싶었을 것이다. 
"그럼요. 제 신랑이야 영원히 잘 계시죠. 그 나라에선 이사 갈 일도 없고." 대답하고 나니 씁쓸하다. 

꿈 속에서 가끔 찾아가는 그 집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좋아했던 남자친구가 살았던 집이다. 
그 집은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자취를 할 때는 대문을 마주 보고 있었고 
2학년 때부터 하숙집으로 옮겼을 때는 유리창을 마주한 집이다. 
광주 양림동의 그 골목 입구는 이미 변해서 없어졌지만 지금도 가끔 꿈에 양림다리를 건너 그 집을 찾아갈 때가 있다. 
서른셋의 나이로 그 친구가 땅에 묻힌 지도 30년이 되어 간다. 
그런데도 꿈에서 우린 젊은 모습으로 만나고 있다. 

신랑과 그 친구의 공통점은 해군이었다는 점 뿐이다. 
그래서 해군 제복은 나에게 아련한 아픔을 느끼게 하는 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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