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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드니 . 그 편안한 이름
작성자 강금주 이메일 samushil@gmail.com
작성일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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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고 그리워지는 장소가 있다. 
어떤 나라일 수도 있고, 도시일 수도 있고, 
특별한 장소일 수도 있다. 

시드니는 나에게 외출복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편안함이 있는 도시다. 
어디서 길을 잃어도 편하고, 
집에 앉아서 밖을 보고 있어도 좋고, 
운전을 해도 좋고, 걸어도 좋은 곳이 시드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산 곳이 시드니다. 
25년 동안 시드니를 오가면서 이번에 처음으로 1년 6개월만에 시드니에 왔다. 
시드니는 언뜻 보면 정체되어 절대 변하지 않는 것 같은데 - 자연은 늘 그대로다- 
구체적으로 골목을 들여다 보면 조금씩 조금씩 변하다 어느 순간 변해있는 모습을 찾게 된다. 

시드니는 나에게 유칼렙투스의 상큼한 향으로 기억이 된다. 
도시마다 그 도시만의 소리가 있고 독특한 향기가 있다. 

오랜만에 돌아온 시드니에서 내가 왜 이 도시를 좋아하는가 생각해 본다. 
도시의 번잡함을 원한다면 오페라하우스가 보이는 Cirqular Quay에 가면 된다. 
George Street 을 걷다 보면 도시의 얼굴을 만나게 된다. 
자연이 보고 싶다면 어디든 돌아보면 눈에 있는 그대로 자연이 보인다. 
바다는 20분만 운전하면 어느 방향에서든 만날 수 있다. 

전원을 끄고 냉장고 문을 열어둔 집에 들어와서 전기스위치를 올리고 
밧데리를 빼놓은 차에 밧데리를 연결하고 reserve fuel  밖에 없는 차를 운전해 가서 
쇼핑을 하고 기름을 넣고  세차를 하고 돌아왔다. 
쇼핑한 영수증에 붙어있는 쿠폰으로 60리터 기름을 넣는데 2불 42센트를 할인 받았다. 
시드니에 살기 시작하고 15년 쯤 지나서부터 생긴 습관이다. 
처음엔 몰라서 영수증에 있는 쿠폰을 못 썼고 나중엔 알았지만 쪼잔하고 귀찮아서 안 쓰다 
아이들이 빠른 날짜부터 정리해서 차에 둔 것을 보고 쓰기 시작했다. 
몇 불의 절약이 겸허한 마음을 준다. 

쌀부터 시작해서 모든 양념까지 사다 보니 혼자 들고 오기엔 벅찼다. 
쌀과 물을 차에 두고 허리에 통증을 느끼면서 쇼핑한 물건을 들고 왔다. 

다음날 차에 두고온 물과 쌀, 책을 가질러 갔다. 
쌀이 5킬로에,  2리터 물이 8병, 책을 들다 보니 두 손이 모자란다. 
아이들이 있을 때는 물건이 많아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두 번이든 세 번이든 아이들이 옮기니까. 
문제는 어제도 쇼핑한 물건을 들고 오느라 허리가 아팠는데
다시 물과 책과 쌀을 들고 온다는 게 힘든 일이라고 내 뇌에 입력이 된 것이다. 

저녁에 쌀을 찾으니 쌀이 없다. 
어디다 뒀지. 분명히 차에서 꺼내 들고 왔는데. 문을 열면서 복도에 두고 문을 그냥 닫았나.
문을 열어보니 복도는 텅 비어있다. 
'엄마가 쌀을 복도에 뒀는데 누가 가져갔나 봐. 호주는 이렇지 않았는데.' 
물건은 내가 잃어버리고 의심은 남을 향한다. 

한빛이 전화기로 문자가 왔다. 
옆집 사람이란다. '네 차 옆에 쌀이 있는데 네가 두고 간 것같아서 가지고 왔다. 
집에 없는 것 같은데 집에 들어오면 바로 갖다 줄께' 
차에서 꺼내서 엘리베이터 앞에 물과 책을 가져다 두고 쌀을 가질러 와야지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그냥 탄 것이다. 쌀은 차 옆에 두고. 

현관문을 두드렸는데 인기척이 없어서 자기 집에 가져왔는데 집에 있다고 문자를 하니 
바로 가지고 왔다. 고맙다고 두고 온 지도 몰랐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건네주고 간다. 

런던에 갔을 때 비행기에서 다섯 편의 영화를 봤는데 쪽지를 만나서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다섯 편의 영화 제목을 기억하는 데 며칠이 걸렸다.
 결국은 쪽지가 아시아나 사이트에 들어가서 무슨 영화를 상영했는가 보고 
거기에서 찾아냈다.  며칠 동안 쪽지는 내 기억력을 시험했다. 
'엄마 오실 때 보고 온 영화 제목은?" 며칠 걸려 다 기억했다. 
난 늙어서 기억력이 없나 봐 하는데 쪽지는 엄마는 옛날부터 그랬어요. 걱정 안해도 되요 한다. 
이게 위로인지 염려인지 헷갈린다. 

'그래 이게 시드니였어. 남을 배려해주고 물건 두고 와도 걱정 하지 않아도 되는 곳.'
작동하지 않는 뇌 덕분에 시드니의 매력을 깨닫게 됐다. 
언젠가 길가에 있는 우편함을 열고 집키까지 다 달린 키 뭉치를 통째로 우편함에 꽂아두고 
하루 종일 나간 적이 있다. 
키를 두고간 지도 모르고  집에 오니 문에 쪽지가 붙어있었다. 
"우편함에 키가 꽂혀 있어서 내가 보관하고 있으니 집에 오면 시간에 상관없이 벨을 누르라고."
밤 12시 가까운 시간에 담대하게 벨을 눌렀다. 웃으면서 키를 건네주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내 행동이나 선택을 한 번 더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선택을 하게 되는 곳이 시드니다. 
내가 배려를 받으니 나도 남을 배려하게 된다. 
법을 지키지 않으면 나에게 금전적인 손해로 돌아오니 법을 지키게 된다. 
운전을 하면서도 과속이나 주차위반 신호위반은 생각도 안하게 된다. 
지금 당장 안 보는 것 같아도 몇 달 뒤에 엄청난 벌금으로 정확히 돌아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답답할 것 같아도 주어진 규칙을 지키면서 살다 보면 훨씬 자유하다는 것을 느낀다. 
나만 규칙을 지키고 다른 사람은 규칙을 안지키는 것 같아 손해보는 것 아닌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 사람이 법을 지키지 않으면 그 사람은 자기 선택에 책임을 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시드니에 와서 편한 옷과 신발을 신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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