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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역사를 만들었다.
작성자 강금주 이메일 samushil@gmail.com
작성일 2018-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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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코피 나. 잘래. 너무 피곤해."
카톡으로 아이들에게 전화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다. . 
겨우 오후 6시가 조금 넘었다. 밖은 깜깜하지만. 
코피가 날 정도로 피곤한 것은 평생 안하던 일을 한 탓이다. 

점심 약속을 지키느라 용산역에 있는 아이파크 몰에 일찍 나갔다. 
영풍문고에 들러서 책을 뒤적이다 몇 주째 사지 못한 라미 만년필에 리필할 잉크를 샀다. 
서울역에서 라미펜과 잉크를 파니 기차 시간보다 5분만 빨리 가도 잉크를 살 수 있어서 
여태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샵이 문을 닫았다. 
잉크를 사는 일이 나에게 엄청난 과제가 되었다. 
몇 주 째 빈 펜을 들고 다니면서 볼펜으로 설교를 받아적었다. 
잉크를 사기 위해 어딘가로 쇼핑을 하러 가야 한다. 
그건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다. 

난 혼자서는 거의 쇼핑을 하지 않는다. 
필요한 식료품도 한빛이가 인터넷으로 주문해준다. 
더 필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전화해서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해결하게 한다. 
딱 한 번 라떼 네피가 떨어져서 혼자 이마트에 다녀온 적이 있다. 
2년 전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어젠 혼자 점심 약속을 지키러 시내에 나가서 쇼핑몰을 돌아다니고 
점심을 먹고 난 후 혼자서 필요한 메이컵 파우더랑 화장지우는 것도 사고 
도중에 이름을 잊어서 아이들에게 묻고 
또 이마트에 가서 지하 1.2 층을 다니며 요가메트도 사고 
먹거리도 골고루 샀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냉장고엔 아직도 달걀이 7개나 있는데. 
나에게 식료품이 떨어진 위기는 냉장고에 달걀이 없을 때 엄습한다. 

쇼핑을 끝내고 영등포 세무서에 들러 사업자 등록증도 찾아왔다. 
돌아오니 6시가 지나고 있다. 
6시간 정도의 외출이 코피가 날만큼 힘들었다. 
10시간을 걸어도 멀쩡한데 .
왜 차를 다니고 우아하게 쇼핑센타를 걸어다니는 일은 이렇게 사람을 힘들게 할까. 

어쨌든 난 역사를 만들었다. 
혼자서 스스로 쇼핑리스트 만들어서 쇼핑하기. 
점심 약속 지키기. 필요한 서류 스스로 신청해서 찾아오기. 
아. 세차도 했다. 
주차를 하는 데 경비 아저씨가 지나가다 흰 선을 밟았는지 확인한다. 
하얀선이 내 차의 바퀴 밑에서 비명을 질렀나 보다. 
'물건 내리고 다시 댈께요"
미리 자백한다. 
"세 사람이 근무하는데 우리들 소원은 주차를 제대로 해 주는 것 밖에 없어요. "
차를 뒤로 빼서 댔는데 신기하게도 딱 그 위치다. 
"그러지 말고 뒤로 그냥 쭈욱 나와서 여기다 대세요. 그럼 나갈 때도 쉽고 좋잖아요 "
"전 뒤로 주차하는 것 싫어요. "
'그래야 나갈 때 편하죠."
아저씨가 열심히 조금만 돌리고.. 하면서 안내를 하신다. 
'봐요. 이러면 나갈 때 편하고 좋잖아요."
'네에.."(그래도 이건 신경쓰여요. 나갈 때는 맑은 정신으로 신경써서 차를 뺄 수 있는데 외출에서 돌아올 때는 항상 그대로 직진해서 주차해야 편해요. )

집에 와서 냉장고 정리하고 나니 6시 반. 
친구랑 밤 10시에 사우나에서 만나 수다 떨기로 했는데 
문자 보낸다. '나 코피 났어. 진짜 피곤해. 그냥 잘래. 다시 날 잡자'
그 친구는  알고 있다. 내가 나타나야 나타나는 것으로. 
땀을 흘리며 자다 깨니 밤 9시 43분. 새벽인 줄 알았다. 
그리고 나서 밤을 새우고 말았다. 

"엄마 늙었나 봐. 요가 한 번 따라 하고 쇼핑 갔다 왔다고 코피가 나."
" 엄마 혼자 무리하지 마세요. 천천히 하세요."
생각해 보니 이 요가를 처음 따라 했던 때가 쪽지가 앤도버에 다닐 때다 
그러니까 그때가. 으악. 14년 전이다. 난 사십대 초반에서 오십대 후반으로 
달려왔다. 
허리가 아프고 힘들만 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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