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발행인칼럼 > 발행인칼럼
게시판
제목 나 우울해.
작성자 강금주 이메일 samushil@gmail.com
작성일 2018-11-07
첨부파일
지난 글에 이어서 참고로 한빛이는 11월 6일 서울을 떠나 로마를 거쳐 부다페스트로 갈 때 
76.1의 몸무게로 떠났다. 
아마 한 달 후에 서울에 돌아올 때는 74 정도의 몸무게로 올 것이다. 
이젠 거의 채식주의자에 가깝다. 
조리하는 과정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음식은 거의 먹지 않는다. 
재료가 뭔지, 조미료가 들어갔는지 확인이 되어야 먹는다. 
내가 봐도 참 지독하다. 
'사람이 마음을 먹으면 1년 사이에 저렇게도 바뀌는구나. ' 

---------------
'딸은 바쁜데 엄마 우울해.' 
출근을 하면 화장실을 가는 몇 분, 
점심과 저녁을 가질러 28층에서 31층으로 가는 몇 분 사이만 통화가 되는 쪽지에게 
카톡을 보냈다. 
'엄마 우울해.'
몇 분도 딴 생각을 할 수 없는 사무실에서 일에 묻혀 있는 쪽지에게 
'엄마 우울해' 이 말은 무성영화에서 나오는 하품소리 같을까. 

역시나 화장실에 가면서 전화가 왔다. 
'왜 우리 엄마가 우울할까?
'엄마 혼자 있어서 그런가봐.'
'혼자 된 지 인제 7시간인데...'
'그래도 우울해.'
'그럼 엄마 오늘은 좀 푸욱 쉬세요. 엄마 일주일 내내 너무 바빠서 그래요. 몸이 쉬어야 마음도 쉬지.'
'청소 해놓고 이제 책 정리해야 돼. 내 방식대로 물건을 다시 정리해야 돼. '
'그래도 놔두고 오늘은 엄마 쉬고 재미있는 영화 한 편 보시고. 내가 재미있는 것 보내줄께.
엄마가 우울하다고 하면 라떼가 서운하지.'

쪽지는 전화 너머로 사라졌다. 
그러고보니 라떼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주인마님. 귀찮게 할 수 있는데 하는 눈빛이다. 

'나 우울해. ' 이 말은 참 단순하다. 
그런데 하기에 참 쉽지 않은 말이다. 
우울한 건지, 피곤한 건지 몰라서 하기가 쉽지 않고 
우울하다고 해서 편들어줄 사람이 없는 것 같아서 하기가 싫다. 
'네가 우울한데 바쁜 내가 어쩌라고. 편해서 하는 소리야' 이렇게 핀잔들을 것 같아서 망설여진다. 

그런데 우울하다고 말을 하고 나니까 갑자기 안개가 걷히듯이 마음에서 우울한 그림자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우울이 내 마음에서 '앗 들켰네. ' 하고 주섬주섬 짐을 챙겨 떠나는 게 보인다.  
감정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말하는 게 치료의 첫 단추다. 
그 첫단추를 끼우는게 망설여져서 늘 감정을 어지럽게 흩어진 감정 속에서 숨 쉬기가 곤란하다. 

'나 우울해.'
'나 기분좋아.'
'나 행복해.'
'나 조금 불행해'
'나, 평온해'
'나 편안해.'
'나 불안해.'
'나 조바심나'
'나 답답해'
이런 말들이 의외로 효과가 있다. 

그런데 조심할 말이 있다. 
"나 짜증나!" 이렇게 말하고 나면 진짜 짜증이 나는 것 같다. 
그러니 이 말은 참아야 한다. 


이름 비밀번호
       
게시판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공지] 십대들의 쪽지는 2019년 9월부터 다시 발행합니다. 강금주 2019-06-17 311
[공지] 2018년 십대들의 쪽지는 휴간입니다. 강금주 2018-04-23 4270
[공지] 한쪽 날개로 나는 새는 없다…(동아일보 기사중에서) (1) 발행인 2012-03-12 33775
[공지] 아이를 키우는데 공짜는 없다 [조선일보 편집자에게 2012.02.07] 발행인 2012-02-08 31485
[공지] 한 명의 아이라도 위로할 수 있다면(조선일보 기사중에서) (1) 발행인 2011-07-18 42273
[공지] 10대의 .팬픽.을 아시나요 (10) 발행인 2011-05-11 48055
[공지] 청소년들의 실패에 박수를 ( 동아일보 시론에서 ) 발행인 2009-05-11 60042
[공지] 쪽지 발행인 칼럼을 다시 시작합니다. (2) 발행인 2008-12-25 67329
2976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강금주 2019-07-11 234
2975 10만원 짜리 단어. 강금주 2019-06-27 216
2974 게임에 진 사람이 베풀 수 있는 아량 강금주 2019-06-20 255
2973 옷 개는 방법을 배우면서 강금주 2019-06-19 243
2972 내 아이가 나를 미치게 할 때 강금주 2019-06-19 249
2971 걱정마. 마음은 책상에 앉아서 책을 넘기고 있어. 강금주 2019-06-18 270
2970 오가며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강금주 2019-06-17 279
2969 시드니 . 그 편안한 이름 강금주 2019-06-17 262
2968 왜 부모는 아이에게 화를 낼까 ? 강금주 2019-06-06 299
2967 아이의 잘못을 언제까지 얼마나 자주 반복해서 지적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강금주 2019-05-30 292
2966 괜찮아 ! 지금도 잘하고 있어. 강금주 2019-05-29 312
2965 내 마음에 숨겨진 욕망 강금주 2019-05-22 298
2964 새로운 습관 들이기 강금주 2019-04-05 614
2963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강금주 2019-02-16 752
2962 기사의 품위가 있는 사람 강금주 2019-01-24 662
2961 역사를 만들었다. 강금주 2018-11-29 665
2960 마음을 치료해주는 실크가 있다면 강금주 2018-11-29 501
2959 나 우울해. 강금주 2018-11-07 490
2958 하루에 100그램만 빼면 40킬로를 뺄 수 있을까? 강금주 2018-10-28 608
2957 난 그 죽음에 공범자였다. 강금주 2018-10-05 666

Warning: Unknown(): write failed: Disk quota exceeded (122) in Unknown on line 0

Warning: Unknown(): Failed to write session data (files). Please verify that the current setting of session.save_path is correct (/home/hosting_users/teen4u/www/admin/data/session) in Unknown on line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