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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집에 전기는 들어오니?
작성자 강금주 이메일 samushil@gmail.com
작성일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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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이사가는 곳에 전기는 들어오니?" 

'서울에서 시골로 이사를 간다고 했더니 
케냐 출신 쪽지 친구가 묻는다.  

"무슨 사연으로 대구까지 오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쩌다 여의도에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
이삿짐을 정리해주시던 아주머니 질문이다. 

"집에 에어컨은 있니?"
강남에 사는 친구가 물었다. 
"방마다 천정에 에어컨 장착되어 있어."

" 우리가 놀러 가면 잠잘 방은 있는거야. 호텔 예약할까?"
친구들 모임을 우리집에서 하기로 했더니 묻는다. 
"48평이야. 방 4개. 침대 2개." 
"그럼 됐네. 난 또 네가 방 하나 얻어서 자취한 줄 알고..'
'이 나이에 무슨 자취!" 

시시콜콜한 사연이 없다. 
대구에 이사한 집도 20층에 최고층은 43충이라  전기는 물론 엘리베이터도 4개나 있다. 
서울을 떠나 대구로 이사한다고 했더니 모두들 왜 대구로 가느냐고 묻는다. 
그 더운 곳으로. 
'난 평생 대구에 한 번도 안 가봤다'는 친구들이 6명 중 4명이다. 

24년 동안 여름을 시드니에서 겨울로 보냈던 나에게 올해 여름은 평생 가장 더운 여름이다. 
'대구'를 제외한 모든 곳의 여름은 끈적거리지 않는 것 같다. 
며칠 전 푸켓에 쟘깐 갔다. 하물며 태국의 햇살도 산뜻했다. 

대구에 정착이 되는가 싶었는데 
'다시 서울로 이사갈까? 너희들이 있으면 어디든 괜찮은데 너희들은 모두 나가고 
엄마랑 강아지 둘만 있으면 대구보다 여의도가 더 좋을 것 같애. 
교회 가는 날은 너무 좋은데. 편해서. 
그 외에는 너무 이상해. 말도 잘 안 들리고."

영화를 볼 때, 영어 성경을 들을 때, 영어 강의를 들을 때
어떤 말은 또박또박 잘 들리는데 어떤 말은 귀에 오기도 전에 꼬이고 흘러가버린 경우가 있었다. 

"왜 어떤 영어는 잘 들리고 어떤 영어는 더 잘 안 들릴까?"
"억양 때문에 그럴거에요. 엄마 대구말 잘 못 알아듣잖아요. 한글인데도 억양이 다르니까."
맞다. 
대구에 와서 내신경줄을 살살 긁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꼬이다 지나가는 대구말이다. 
억양이 다르다고 해도 10년을 대구 교회를 왔다갔다 했는데 대구말이 잘 안들린다. 
'뭐라고 하는거야' 
'엄마 천천히 말하세요. 엄마는 저 사람 말을 못 알아들어도 저 사람은 엄마 말을 다 알아들어요.'
쪽지가 옆에서 주의를 준다. 
'영어가 안 들리는 것은 영어니까 그런다고 해, 왜 한국말이 잘 안들리냐고.'

대구에 와서 서울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이 돌아다니고 움직였다. 
앞산도 올라가고 , 서성로도 서성이고 교보와 영풍을 몇 번 가서 주저앉아 책을 한 권씩 읽고 왔다. 
좋은 피서방법이다. 
그런데도 도시는 여전히 낯설다. 
창 너머로 보이는 교회 첨탑이 내가 여기 온 이유다. 

시드니에 간 한빛이가 '우리 차가 드디어 100,000킬로를 달렸어요' 하고 사진을 찍어 보내자 
쪽지가 '운전하는 중에 전화나 카메라 쓰지마' 한다. 
'이건 아주 중요한 순간인데...' 한빛이가 답한다. 
서울에 간 쪽지는 ktx 가 한강을 지나자 63빌딩 옆에 있는 우리집을 찍어서 
'HOME!!!  호옴 " 하자 
한빛이는 ET가 아이폰에서 Home 전화번호를 누르는 사진으로 답한다. 

'Home' 은 강아지랑 엄마가 있는 곳이라고 쪽지가 정의한다. 
'Home '은 wi-fi 가 무료로 마음껏 잡히는 곳이라고 인터넷은 말한다. 

내 집은 어디일까?
대구에 이사온 지 일주일 만에 친청엄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대구는 
내게 엄마를 잃은 곳, 엄마의 장례식장을 오간 곳으로 기억된다. 
포천에 엄마를 묻고 대구까지 운전을 해 올 때 전국에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대구권에 들어오니 거짓말처럼 땅도 마르고 하늘도 젖지 않았었다. 

다시 이사를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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