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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엄마의 갑질
작성자 강금주 이메일 samushil@gmail.com
작성일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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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피자 좀 시켜줘. "
"네 엄마 40분까지 배달될거에요. 콜라도 하나 시켰어요"
"그래 고마워. "
이렇게 들으면 크게 문제될 것 없을 것 같다.
무슨 피자를 시키라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시켰다는 것과 
피자값은 누가 냈을까 정도에 물음표가 붙을 수는 있겠다. 

그런데 피자를 시켜달라고 부탁하는 엄마는 
세계에서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인터넷망이 촘촘하게 얽혀 있어서 
무선 인터넷이 없는 곳으로 빠져나가고 싶어도 그게 쉽지 않은 서울에 앉아있고, 
그 문자를 받고 피자를 인터넷으로 시켜주는 아이는 산꼭대기에서나 리셉션 바가 잡히는 
스페인의 산길을 걷고 있다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페인에서 열흘째 12킬로의 베낭을 매고 걷고 있는 쪽지에게 피자가 먹고 싶은 내가 
부탁한 것이다. 

브루고스로 가는 산길에서 핸드폰을 높이 들고 이리저리 방향을 찾는 쪽지를 보고 
지나가던 호주 아줌마가 '너 길 잃은 것 같니?' 하고 묻는다. 
"No. 나 지금 엄마가 시킨 피자주문했는데 그게 안넘어가서 리셉션 찾아서 주문이 넘어가길 기다리는거야."
"너희 엄마는 어디 계시는데.."
"서울, 집에..."
"그런데 네가 스페인 산마루에서 서울에 있는 엄마를 위해 피자를 주문하는거야.
너무 재밌다. 너 그대로 핸드폰 들고 있어봐. 이것은 내 블로그에 꼭 올려야 돼. "
그렇게 쪽지는 피자걸이 되었다. 

매일 비슷비슷한 차림으로 정해진 길을 같은 속도로 걸어갈 수 밖에 없는 
카미노- 산티아고 가는 길- 에서는 이런 것이 화제가 된다. 

며칠 전 신문에서 요즘 기성세대 중에 혼자서 스스로 '비트코인'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라고 
문제 제기를 하는 칼럼을 읽었다. 
젊은 애들은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일들이 기성세대에겐 벽이요 장애물이요 돌아가고 싶은 가시밭길인 것이다. 

"대신 돈을 주고 비트코인 이걸 사" 하고 바른 결정을 내려줄 수 있는 기성세대는 많지"
혼자 항변하는 말이다. 

평소에 인터넷을 통해서 해야 하는 일은 아주 쉬운 일도 모두 아이들에게 말로 전달되었다.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는  난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입만 있으면 됐지 다른 것은 필요없었다. 
내가 무엇이 필요하다고 말하기 전에 아이들이 알아서 챙겨주었고 
말을 하면 아무리 어려운 것도 결국은 내 앞에 대령해 주었다. 
난 당당하게 그것을 누리기만 하면 되었다. 
인천공항에 내려 식당에 들어갔다가 '밥하고 국만 달랑 놓여있는 쟁반을 건네는 직원을 보고 
'반찬이나 수저 젓가락은요?' 하고 물었더니 
'저기요' 하면서 턱짓을 하는 것을 보고 혼자서 
"아예 생쌀을 내주면서 밥솥을 갖다 놓지 그러면서 왜 그렇게 비싸게 받는거야" 하고 분개 했더니 
쪽지가 나를 달래면서 말했다. 
"엄마 공항은 원래부터 그랬어요. 엄마가 식사하실 때 한 번도 직접 가서 가져온 적이 없어서 몰랐던 거에요. 
한빛이랑 내가 다 뒤에서 이것 챙기고 저것 챙기고 해주니까 엄마는 몰랐지. 뒤에 뛰어난 비서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답니다. 

이른바 '요즘 회자되고 있는 사회 현상에 비긴다면 나의 행동은 '부모의 갑질'이라고 할 수 있다. 
 
"갑질"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 없는 단어다. 
 최근에 태어난  단어다. 
말은 생명이 있어서 태어나고 자라고 왕성하게 사용되다 사라지는 사회성을 갖는다. 
 
'갑'이라는 말은 두 개 이상의 사물이 있을 때 그중 하나의 이름을 대신하는 말이면서 
차례나 등급을 매길 때 첫째를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갑질'은 어떤 면에서든 힘을 가진 사람이 힘이 덜한 사람에게 행하는 상식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동이나 말 입김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난 당연하게 받고 누렸는데 아이들 입장에서는 '갑질'하는 엄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살짝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쪽지에게 말했다. 
'찌야. 엄마 호주 영주권 연장하는 것 천천히 해. 걷기도 힘든데 ..'
그리고 혼자서 항공사 사이트에 들어가서 시드니행 비행기표를 인터넷으로 샀다. 
무려 한 시간 가까이 시간이 들어갔다. 
'역시 난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어. 기특해 ' 감탄하다가 
애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엄마 아이패드에 스크린 샷 찍어놓은 사진들이 다 어디로 숨어버렸어. 
포토에 가도 없어. 어디가야 애들이 있어. " 

난 갑질하는 것 같은데 늘 문명의 이기 앞에서는 '을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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