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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 명의 아이라도 위로할 수 있다면(조선일보 기사중에서)
작성자 발행인 이메일
작성일 2011-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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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7/17/2011071701088.html
(출처 : 조선일보 2011년 07월 18일 월요일)


'한 명의 아이라도 위로할 수 있다면… '쪽지' 낼 때마다 남편墓(묘) 찾아'


강금주(51)씨를 만난 것은, 아직도 '십대들의 쪽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녀로부터 이런 메일을 받고서다.

'그때 남편은 유언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제가 남편에게 말했어요. 들을 수는 있었겠지요. '당신 없어도 아이들을 잘 키우고, 당신이 하던 일을 내가 계속하고, 당신에게 갈 때까지 결혼을 안 하겠다'라고. 제가 그 사람을 선택했기 때문에, 제가 사는 동안 그 사람이 평생을 바치고 간 일을 계속 맡아 하는 것은 당연했어요.'

'십대들의 쪽지' 발행인이었던 남편 김형모씨는 2008년 12월 16일 급성췌장염으로 숨졌다. 병원에 입원한 지 이틀 만에, 급서(急逝)였다. 김씨는 1984년 '쪽지'를 발행했다. 고민하는 십대들을 돕는 비매품 책자(16쪽)였다. 한창때는 매달 30만부까지 배포됐다. 그의 책 인세와 강연료가 부족한 제작비로 들어갔다. 형편이 어려워도 '쪽지'의 순수성을 지킨다며 광고는 싣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죽음이라 저는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어요. 제 손으로 묻고도 남편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었던 거죠. 남편이 없는 현실로 돌아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우울증과 자살충동에서 벗어난 게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어요.'

강금주씨는“나는 한때 학생들이 꼼짝 못하는 무서운 선생님이었다”고 말했다. 남편은 쪽지 237호까지 내고 떠났고, 강금주씨가 발행인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다른 선택도 있었다. 결혼 후 그녀는 청소년 상담 공부를 위해 호주 유학을 떠났다. 그쪽에서 집을 구입해 홈스테이와 청소년 연수프로그램을 했다. 변호사 자격증도 땄다. 남편의 죽음 뒤 호주에 남을 수 있었다.

'저도 한때 '쪽지'를 받아본 국어교사였어요. 처음 받았을 때 수십장의 우표를 동봉해 감사 편지를 보냈습니다. 어느 날 김형모씨로부터 '한 여고생이 임신을 해 상담과 도움이 필요하다. 선생님이 도와줬으면 한다'는 연락이 왔어요. 그게 인연이 됐습니다. 결혼한 뒤로는 제가 원고 청탁과 교열을 맡았어요. 호주에서 유학할 때도 인터넷으로 그 작업을 했어요. 남편 장례를 치른 날 혼자 집에 돌아와 최종 원고 교열을 봤으니까요.'

그녀는 이제 매달 10여만부씩 만들어 전국 중·고교의 국어교사와 상담교사들에게 보낸다. 쪽지 제작과 발송에는 1200만~1500만원이 든다. 후원금 400만원은 기업체와 교사들에게서 나온다. 나머지는 그녀의 몫이다. 호주 집을 판 돈과 학생연수프로그램 수입을 집어넣고 있다.

'쪽지가 나올 때마다 남편 묘를 찾아가 '또 하나 만들었네, 예쁘지' 보여주면 제 남편이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올 줄 알았어요. 아직도 남편이 휘갈겨놓은 메모지도 못 버리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그녀의 감정에 동화(同化)되지 않았다.

―십대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아직도 '종이쪽지'를 발행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군요.

'신문은 계속 발행되고 있지 않나요.'

―신문은 십대가 주 독자층이 아닙니다.

'쪽지도 먼저 선생님들에게 우송돼요. 수업시간에 보조교재로 쓰도록 하는 겁니다. 만드는 입장에서 쪽지가 버려지거나 처박히면 정말 눈물나는 일입니다.'

―취지는 좋으나 '쪽지'의 효율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겠군요.

'그건 상업적인 계산입니다. 전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이 없습니다. 정말 필요한 누군가가 쪽지를 보고 위로받을 수 있고, 한 사람이든 두 사람이든 도움이 되면 충분해요.'

―십대에게 꼭 전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요?

'꿈꿔라, 자기가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생각하라, 도전하라, 열심히 노력하라는 거죠.'

―좋은 말이군요.

'아이들의 고민을 이해하고 가능성에 대해 신뢰하지만, 꼭 옹호하진 않아요. 아이들 언행이 잘못되면 구체적으로 지적해요. 무작정 '괜찮아 괜찮아' 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교육과 관련되면 오히려 엄격한 편이죠.'

―'십대들의 쪽지' 발행인이 아이들에 대해 엄격하다는 것은 예상 밖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지켜야 할 룰이 있어요. 이를 어기면 앉혀놓고 설득될 때까지 저는 얘기해요. 어른은 아이에게 옳고 그른 것에 대해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어요.'

―아이들에게는 똑같이 '잔소리'로 들릴 텐데, 과연 참고 들어줄까요?

'어른이 하는 말이 앞뒤가 안 맞고 비논리적이면 듣기 싫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이 깨닫지 못한 것을 말해주면 결코 싫어하지 않아요.'

―그건 말하는 입장이지, 듣는 입장에는 다를 게 없을 텐데요.

'아이들은 이 사람이 진심으로 내 인생에 관심을 갖고 도와주려는지, 그냥 해보는 소리인지 압니다.'

―글쎄, 아이들이 과연 그걸 구분할까요?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 앞에서도 '××, 재수 없어' 욕을 합니다. 그 순간 대부분 선생님은 당황해요. 자기감정에 빠져 학생을 바로잡아주는 순간을 놓쳐버려요. 그때는 아이를 세워서 '너는 어떤 마음으로 그 욕을 했느냐. 내가 들었을 때 느끼는 감정은 이렇다. 제삼자가 들었을 때는 이럴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해줘야 합니다. 대부분 아이들은 해야 되는 것과 하지 말아야 되는 것을 못 배웠기 때문에 막 나갑니다.'

―자칫 봉변당할까 봐도 못 본 척하지요.

'저는 아이의 잘못을 보는 순간 해줄 수 있는 일을 다 합니다. 집 안에서도 그래요. 자녀가 '에이 ××' 하며 문을 꽝 닫고 나갑니다. 부모들은 멍해져 아무 말도 못해요. 성질이 급한 아버지 같으면 '너 이 새끼' 하며 쥐어패요. 그걸로 끝입니다. 많은 어른들이 말하는 요령도 모르고 자신의 의무도 방기하는 거죠.'

―아이들에게 대체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하는 거죠?

'아이의 잘못을 지적할 때 어른의 기분을 풀기 위해 하는 것이 있고, 아이를 옳게 바꿔주기 위해 하는 것이 있습니다.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넌 왜 이것도 못해' 소리는 안 했어요. 이는 '넌 그것밖에 안 되느냐. 우리 때는 다 했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져요. 그러면 아이들은 더욱 하기 싫어집니다. 대신 '넌 왜 안 해보니' 하고 말합니다. 너도 할 수 있고, 내가 기대를 걸고 있으니 해보라는 거죠. 문제아라 해도 마음속에는 자신이 인정받는 존재가 되고 싶어합니다.'

―아이들이 수업 중인 교사에게 휴대폰으로 욕설 문자를 날리고, 벌을 주려면 동영상을 찍겠다고 맞서고, 교사를 폭행하는 경우도 있다는군요. 강 선생은 전남 고흥에서 5년간 국어교사로 재직했다고 들었는데, 그때도 이랬나요?

'제가 교사로 재직하던 1980년대에는 어림없었죠. 또 저는 학생들에게 무서운 선생이었어요.'

―요즘 상황을 어떻게 봐야 될까요?

'사회와 교사, 부모, 아이 모두 책임이 있어요. 우선 사회는 휴대폰을 교실에 못 들고 오게 하는 제도를 만들어줘야 해요. 아이의 안전이 문제가 된다면 조회할 때 수거하고 하교할 때 주면 됩니다. 선생님은 좀 더 강해져야 해요. 학기초 학생들은 끊임없이 선생님에 대해 '간'을 봅니다. 영역 싸움이 시작되죠. 3월이 지나면 게임이 끝나요. '우리 담임은 이것까지 용납이 되는구나.' 그러면 일년 내내 학생들에게 끌려다니며 고생할 수밖에 없어요.'

―교실에서 제멋대로인 학생들을 통제할 수단이 없어진 것 같아요. 체벌은 물론이고, 엎드려뻗쳐 기합을 준 교사가 징계를 받았지요.

'학생들이 '내가 이렇게 하는데 네가 할 수 있는 게 뭐 있느냐. 만약 어떻게 하면 휴대폰으로 찍어 올릴 거다'며 선생님을 우습게 보는 거죠. 선생님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이용하는 겁니다. 교실이 안 무너지려면 교사의 권리를 지지해주는 수밖에 없어요.'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진 판에?

'학생인권도 중요해요. 그러나 학생은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배울 의무가 있어요. 선생님을 존경해야 할 의무도 있고요. 왜 이를 요구하지 않나요. 수업시간에는 선생님이 왕(王)입니다. 그 시간에는 허락 없이 교장선생님도 교실로 들어올 수 없어요. 외국에서는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교실 뒤에 세워놓거나 복도로 내보냅니다. 우리도 교사에게 그런 권리를 줘야 합니다.'

―그러면 진보적인 교육감들은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하겠지요.

'그 학생 한 명의 인권만 중요하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배우려는 나머지 학생들의 인권은 왜 중요하지 않나요. 또 선생님의 인권은 왜 중요하지 않습니까.'

―자기 아이에게 그렇게 벌을 준 걸 알면 학부모도 달려올 겁니다.

'아이가 수업시간에 제멋대로 하는 것은 사실 부모가 그렇게 가르친 거죠. 아이는 부모의 태도를 보고 배워요. 부모가 선생님을 존경하면 아이가 선생님에게 함부로 하지 않아요. 옳은 부모라면 '네가 집중하지 않아 다른 아이들에게 폐를 줬다. 공부하려는 다른 아이들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자기 자식에게 말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선생님이 수업을 멈추고 5분 동안 훈화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아이들의 공부할 시간을 빼앗은 것이죠. 교실에 20명 학생이 있다면 100분을 빼앗은 겁니다.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죠. 부모들은 그 생각은 안 하고 내 자식이 꾸중들었다고 찾아가 항의해요. 학생들 보는 앞에서 선생님의 멱살도 잡고.'

―학생은 학칙으로 징계를 할 수 있어도, 그런 문제의 부모는 어떻게 말릴 수가 없지요.

'교사에게는 방법이 없어요. 사회가 제도를 만들어주면 가능합니다.'

―무슨 뜻이죠?

'한국 부모들은 뭘 보고 움직이나요. 입시제도에 매달립니다. 수업시간에 방해해 벌점을 먹거나 못 들어갈 경우 대학 입시에 영향을 주는 제도를 만들면, 학부모들이 달라지겠지요.'

―학부모들이 항의할 때는 교사 쪽에도 얼마간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학생을 대할 때 그 부모가 곁에 서 있는 것처럼 하면 선생님이 학부모에게 당할 이유가 없어요. 학생이 말을 안 듣더라도 자신의 감정을 절제해야 합니다. 금방 편하기는 체벌하는 것이겠죠.'

―안 그래도 체벌 금지를 섭섭해하는 이들이 없지 않습니다.

'제가 교사로 재직했을 땐 체벌이 일상화돼 있었죠. 저도 많이 때렸어요. 매를 놓게 된 것은 첫아이를 낳고 교단에 다시 섰을 때였어요. 순간 '내가 내 아이에게서 느끼는 감정만큼이나 학생들도 그 부모들에게는 소중한 아이들이겠구나' 느낌이 들었어요. 가슴이 아팠어요. 그 뒤로는 매를 들지 않았죠.'

―그전까지 체벌한 것에 대해 반성했나요?

'그때 저는 열성적인 교사였죠. 관심과 열정이 있어야 때리면서도 가르치죠. 내 자식에게도 회초리를 들었어요. 하지만 아이를 정말 사랑한다면 안 때리는 게 옳아요. 때려서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없어요. 설령 좋은 의도라 해도, 맞는 아이는 감정이 상하고 마음을 닫죠.'

인터뷰는 어쩌면 늘 들어오던 말로 모호하게 끝났다.

'사람과의 관계는 시간을 들여야 해요. 아이를 위하는 어른의 마음이 전해져야 합니다. 아이가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해요. 그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하는 노력과 참을성이 필요하죠.'

십대들의 고민을 위해 만나 어른들의 고민을 확인한 것이다. 이번 달 '십대들의 쪽지' 262호가 나왔다. 남편 사후(死後) 25호째다.


노효석
220.121.91.125
이 글은 우리나라 교과부장관과 교육감들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읽어야 할 내용이군요 짝짝짝 박수를 보냅니다. ^^~ 2014-12-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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