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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청소년들의 실패에 박수를 ( 동아일보 시론에서 )
작성자 발행인 이메일
작성일 2009-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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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을 기록했다고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 사회가 청소년에게 학업성취 외에는 청소년을 행복하게 하는 다른 일을 경험할 기회 자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말이 된다.

행복지수 OECD 최하위권

25년 동안 청소년을 상담하면서, 매년 200명의 청소년과 3주를 함께 생활하면서 “공부도 못하고 아무도 나를 인정해 주지 않지만 그래도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해 멋지게 실패해 본 경험이 있어 행복해요”라고 말하는 10대를 만나본 적이 없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10대를 꼭 만나고 싶다. 성적을 올리고 일류대학에 진학하는 일만이 청소년기에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는 유일한 행복의 조건은 아니다. 청소년기에는 무슨 일이든 도전해보며 안심하고 실수하고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아빠가 세차하는 모습을 늘 지켜보았던 아이가 어느 날 혼자 힘으로 세차를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기회를 주었더니 거품을 잔뜩 만들어 혼자서 땀을 흘리며 세차를 했다. “아빠 차를 반짝반짝하게 만들어 놓았어요.” 차는 아이의 말처럼 반짝였다. 아이는 자신의 손이 닿는 모든 곳에 어지러운 쇠 수세미 자국을 만들어 놓았다. “와!” 우리는 모두 탄성을 질렀다. 그 탄성이 아이에게는 칭찬으로, 우리에게는 아이의 수고를 인정하면서 우리의 놀람을 감출 수 있는 유일한 표현이었다. “누가 차를 이렇게 만들었어요?” 몇 년 후, 그 차를 팔 때 아이는 자신이 열심히 했던 일이 큰 실수였음을 배웠지만 그 실수로 상처받지는 않았다.

실수할 기회조차 없는 청소년, 실패를 두려워하는 청소년은 행복할 수 없다. 한 번의 실수나 실패 때문에 친구나 부모님, 선생님에게 자신의 존재가 거부당할까 봐 불안해하는 청소년은 도전 자체를 두려워한다. 도전이 주는 행복보다는 실패나 실수가 주는 불행을 미리 겁낸다. 그래서 청소년은 조금 불행해도 도전보다는 지루하게 반복되는 안정을,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계산된 미래를 택한다. 절반의 행복으로 절반의 불행을 바라보며 산다. 부모에 의해 실수나 실패의 두려움이 제거된 삶은 안전하기는 하지만 행복하지 않다. 도전이 없는 삶은 더 안전하다. 안전한 만큼 더 불행하다. 숨어 있는 실패의 가능성, 아직 만나지 못한 두려움에 직면하여 묵묵히 싸울 힘을 키운 사람은 건강하고 행복하다.

도전하고 실수할 기회를 주자

단순하면서도 지루하게 반복되는 학습을 견디며 실력을 쌓는 시간도 필요하다. 하지만 주어진 지식을 암기한 실력만으로는 현실에서 부닥치는 문제에 답을 찾을 수 없음을 어른은 이미 안다. 그러므로 청소년에게 학교를 벗어나서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고 여러 상황에 부닥치며 배울 학습기회를 줘야 한다. 실수하고 또 실패하며 배우는 실력이 진짜 실력이기 때문이다. 멋진 실패를 경험한 사람은 평범한 성공을 탐내지 않는다. 멋진 성공을 꿈꾸지만 멋지게 실패할 자신이 없는 청소년, 실패하더라도 너무 비참하지 않을 선에서 멈추고 싶어 하는 청소년에게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멋진 실패담을 발표할 시간을 주어 실패도 성공 못지않게 사람을 키운다는 사실을 배우게 하자.

앞길에 놓인 장애물을 미리 제거해주는 부모나 학교가 아니라, 적당한 장애물을 설치해 놓고 그 장애물을 넘어서는 법을 가르치고, 장애물에 넘어져도 자신을 추스를 줄 아는 청소년을 키우는 학교, 찬란한 실패가 영광이 되는 학교가 있어야 한다. 찬란한 실패에 칭찬을, 평범한 성공에 벌을 주는 학교라면 어떨까.



강금주 십대들의 쪽지 발행인 호주 변호사

( 출처 : 동아일보 시론 2009년 5월 11일 월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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