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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엄마는 너한테 참 고마워.
작성자 강금주 이메일 samushil@gmail.com
작성일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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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하게 생각해. 일이 바로 시작되면 일을 해서 좋고,
조금 시간이 걸리면 또 여유를 가지고 쉴 수 있어서 좋고. 
시드니는 우리에게 고향같은 곳이니까 익숙한 곳에서 편하게 생각하고 
지내. 마음이 흔들린다 싶으면 '하나님은 지금 나를 어떻게 보고 계실까?' 하나님의 눈으로 너를 보려고 해봐. 
엄마는 너한테 참 고마워. 엄마말에 순종해 줘서 고맙고, 엄마가 안 된다고 하면 멈춰서 고맙고. "

시드니로 가는 밤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30킬로짜리 25킬로 짜리 가방 두 개에 15킬로 가방을 끌고 
작은 가방까지 메고 공항행 버스를 타는 한빛이랑 광명역에서 헤어졌다. 
한빛이는 공항으로 나는 다시 KTX 를 타고 대구로 내려가야 한다. 
대구엔 눈이 먼치처럼 하나둘 나풀거리다 마는데 서울엔 눈이 많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나왔다. 

'엄마도 눈 보러 갈래. 런던에서도 뉴욕에서도 못 본 눈을 결국 서울에 와서 보네' 
눈 내린 겨울풍경도 보고싶고 
몇 달간 다시 외국으로 혼자 떠나는 아이랑 몇 시간이라도 같이 있고 싶다. 

'한빛이랑 쪽지는 정말 착해요.  엄마가 말하면 그대로 순종하고 늘 엄마를 챙기잖아요.' 
시댁 식구들이 모일 때마다 동서는 같은 말을 반복하곤 한다. 
같은 나이의 딸 아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일 년에 한두 번이라도 만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집에서는 엄마 말을 거역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어요. 그건 강아지도 알아요.
난 동서의 말을 늘 농담처럼 마무리 했다. 

아이를 키우는 나의 모습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참 무식하고 고지식하고 스파르타 방식을 넘어 독재에 가깝다. 
'한 번 말하면 알아들어야지 왜 같은 말 반복하게 해, 
같은 말을 두세 번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면 '드라마 찍는거야' 하고 묻는다.'
대신 설명이 필요한 일이면 몇 시간이고 아이를 붙들고 설명하고 설득하고 들어준다. 
그러나 이미 결정한 일,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고 있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 때는 
대가를 치뤄야 한다. 그 대가가 엄마의 혹독한 꾸중이든,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잃는 것이든 
분명히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 지금 당장 항공사에 전화해서 네 비행기표 가장 빠른 시간으로 바꿔. 
페널티 지불하고 가장 빠른 날로 바꾸고 엄마한테 전화해. 
짐 다 정리해서 가지고 와. 학교에는 엄마가 불러서 집에 가야 한다고 노티스 주고 와. 
엄마한테 거짓말을 하면서 변호사 될 공부를 할 필요는 없어. 내일이라도 돌아와. '

이 전화로 한빛이는 학생비자를 받아서 공부하고 있던 1년 변호사 연수 과정에서 빠져나왔다. 
학기를 시작한 지 두 달 되었고 첫 시험을 보는 중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엄마랑 얼굴 보고 이야기해. 전화로 네가 얼마나 엄마 말을 알아듣는지도 모른 상태에서 
화내기 싫어. 일단 들어와. '
아이는 다음 날 밤 비행기를 타고 런던에서 돌아왔다.
오늘 시드니로 갈 때 가져갔던 만큼의 짐을 싸들고 왔다. 
멀쩡하게 학교 다니고 공부 열심히 하고 있는 아이를 학생비자까지 취소시켜 가면서 불러 들인 이유는 하나다. 

두 달 동안 엄마와 누나에게 한 가지 일에 대해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일이다. 남에게 피해를 준 일도 아니다. 
그러나 사실을 숨기고 엄마가 물었을 때 아니라고 대답한 것은 거짓말을 한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공부하는 애를 학교에서 빼내면 어떡해요. 좀 심하다. 나이가 있는데. "
다른 사람의 의견이다.  
우리 세 사람은 한 번의 거짓말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고 해도 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건 엄마에게 몇 달 동안 거짓말 한 일에 대해서 당연히 치뤄야 할 대가라고 생각한다. 

'네가 한 어떤 잘못이나 실수도 엄마한테 거짓말을 한 잘못보다 큰 것은 없어. 
어떤 잘못에는 네가 살인을 했다고 해도 엄마한테 거짓말하는 잘못보다 크지 않다는 뜻이야. 
그러니까 어떤 경우에도 엄마한테 거짓말을 하면 안돼.
사실대로 이야기를 하면 엄마가 너를 도울 수 있고 너도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엄마한테 거짓말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잘못이야. ' 
이것은 어려서부터 줄기차게 해 온 교육이다. 
비단 우리 아이들 뿐만 아니라 연수를 통해서 만나는 아이들이나 홈스테이를 하면서 함께 
살던 아이들에게도 늘 요구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 번도 아이에게 속은 적이 없느냐 하면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놓고 엄마한테 말하지 않아야지, 거짓말해야지 하는 일은 없었다. 
'어쨌든 엄마는 결국 알게 되잖아요. 그래서 말하는데요..' 하면서 아이들은 크고 작은 일들을 고백했다. 
연수에 온 아이들도 며칠이 지나면 선생님에게 거짓말을 해봐야 나만 손해고 
결국은 모든 것을 다 알게 된다는 것을 빠르게 배운다. 
신통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말 한 마디 행동거지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설명이 필요하고 설득이 필요하면 밤을 세워서라도 아이들이랑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결국은 믿고 털어놓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사실을 말하게 된다.  

쪽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한빛이는 고등학교 3학년에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신 현실이 벼락처럼 떨어졌다. 
당시만 해도 엄마는 자기들과 똑같이 공부하고 자기들보다 아빠에게 모든 것을 더 의지하는 
철없는 무대뽀, 왔다리갔다리, 얘측불허로 여겨졌다. 

하루만에 아빠라는 보호막이 걷혀버린 상태에서 
아이들은 선택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현실을 그대로 살아야 했다. 
대학교는 미뤄지고 1년을 다니면 1년을 쉬어야 했고,
한 과정이 끝나고 다음 선택을 하는 기회는 속절없이 미뤄졌다. 
결국 고등학교 졸업하고, 아빠 돌아가시고 10년이 지난 동안 
'우린 살아남았지만 그동안 친구들은 모두 대학교를 졸업하고 자기 위치에서 
당당하게 일하고 있는데 자기는 이제서야 대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찾아야 하는 입장에 놓이다 보니 
아이는 불안하고 두렵고 나만 남겨진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 불안함을 겨우 다스리며 공부를 하고 있는데 다시 엄마한테 소환을 당해서 
공부할 기회마저 불투명해진 한빛이는 두 달 동안 혼자 집에 있으면서 
강아지를 돌보고, 주어진 책을 읽고 교회 예배를 드리러 가는 시간 외에는 밖을 나갈 일도 
사람을 만날 일도 없는 시간을 보냈다.  년말과 년초의 번잡함, 구정의 들뜬 시간들을 홀로 견뎠다. 
엄마인 나는 뉴욕으로 런던으로 다니면서 두 달만에 돌아왔다. 

'엄마는 네가 두 달 동안 불평하지 않고 엄마말을 들어줘서 고마워.  
네가 네 고집대로 하지 않고 엄마말에 순종을 했으니 이제 다시 시작하자.'

그렇게 한빛이는 시드니로 떠났다. 
6군데 회사에서 마지막 라운드 인터뷰를 내일부터 시작하고 며칠 사이에 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런던으로 돌아가서 9월부터 시작하는 변호사 연수과정을 다시 할 것인지는 미정이다. 
몇 달 직장생활 해 보고 길이 어떻게 열리는지 기다려 보자고 했다. 

'네가 생각할 때는 너만 뒤에 남겨진 것 같고, 모두 앞으로 달려가 버린 것 같지만 
하나님은 너에게 가장 안전하고 빠른 길 좋은 기회를 주실거야. 하나님만 믿으면 돼.' 
한빛이는 '네' 라는 대답을 하면서 나를 안아주고 떠났다. 
가을에 우린 가장 좋은 선택을 할 것이다. 
지금은  상상도 안되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순종 다음에 늘 우리가 꿈꾸지도 못한 
축복을 준비해 놓고 계신다는 것은 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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